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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겸 시인
낙정하석(落井下石)이라는 말이 있다. 우물에 빠진 사람에게 돌을 던진다는 말로 어려운 처지에 놓인 사람을 돕지는 않고 오히려 더 힘들게 한다는 중국 당나라 시대 고사(故事)다. 이는 어쩌면 지난 1월 29일 정부가 발표한 예비타당성 조사면제 대상 사업에서 균형발전이라는 미명하에 수도권 주요사업들이 제외되자 경인지역 주민들의 탄식 어린 불만의 소리이기도 하다.

 경기도를 비롯해 인천시는 그동안 수도권 중첩 규제로 많은 고통을 감내하며 살아 왔다. 수도권 중첩규제의 한 예를 들자면 수도권 정비계획상의 성장관리권역과 군사시설보호구역이 광범위하게 중첩돼 있는 연천군을 비롯한 경기 북부지역과 인천시 강화·옹진지역이 이에 해당된다. 그리고 서울을 중심으로 환상형으로 에워싸고 있는 경기도 일원으로서 그린벨트, 군사시설보호구역이 중첩되는 지역을 말한다. 아울러 수도권 정비계획법상 자연보전권역과 그린벨트, 군사보호구역 등 3중 규제지역이 있으며 특히, 경기 동부지역은 상수원 관련 규제가 하나 더 첨가됐으며 이를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수변지역, 상수원 보호구역, 자연보전권역, 배출시설 설치제한지역 등으로 2중, 3중, 심지어는 4중, 5중으로 규제를 받는 지역이 있다. 이 지역은 개발행위는 물론 ‘모든 국민의 재산권은 보장된다’는 헌법상 보장된 사유재산을 침해 받고 있어 그 고통은 말로 형언하기 어렵다. 그야말로 우물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형국이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정부는 이러한 경인지역 주민들의 정서는 아랑곳하지 않고 이번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대상에서 수도권 주요사업들을 배제해 다시 한 번 경인지역 주민들의 가슴에 돌을 던진 것이다. 이에 앞서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경기도가 수도권이라는 이유로 역차별을 받지 않았으면 좋겠다" 라며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을 강조한 바 있다. 뿐만 아니라 염태영 수원시장 역시 ‘무가선 저상트램 실증노선 공모’ 탈락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신분당선 노선인 수원 광교와 호매실 구간 연장 사업에 대한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대상’에서 제외되자, 이례적으로 청와대를 방문, 강력히 항의함과 동시에 정부의 약속 이행을 촉구했다.

 그럼에도 경인지역 국회의원들은 지금 수도권 역차별에 대한 지역구 주민들의 정서를 아는지 모르는지 묵묵부답이다. 몇몇 의원만 단발적인 항의 목소리를 냈을 뿐, 경기도지사나 수원시장과 같이 진정으로 주민을 위한 필사적 노력의 흔적이 우리 경기도민 가슴에 아직도 느껴지지 않고 있다. 지역의 자치단체장들은 제 식구 먹여 살리려고 동분서주 하고 있는데 과연 경인지역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지역구 국회의원들이 수도권 역차별에 대해 그 흔한 단식투쟁과 삭발투쟁, 그리고 성명서 하나 발표한 적이 있었는가. 정당과 관련된 불이익이 있으면 릴레이 투쟁 등 각종 이벤트를 구상해 여론의 포커스를 받으려는 국회의원들이 정작 제 지역구 주민들은 우물에 빠져 곤란지경에 있는 와중에 정부에서는 역차별의 돌을 던지고 있는데 방관하고 있으니 참으로 한심하다.

 전국적으로 지역구 국회의원 수는 총 253명이다. 여기에 경인지역 국회의원은 경기도가 60명, 인천시가 13명 총 73명이다. 전체 지역구 국회의원의 약 30%를 차지하고 있는 거대한 힘이 있음에도 그들은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자못 궁금할 뿐이다. 국회차원에서 미리 해당 상임위별로 체계 있게 계획하고 자료를 입수해 해당 공무원들을 설득하면 이번 수도권 역차별 사태는 막을 수 있었던 것이다. 73명의 힘만 가지면 수도권 역차별을 위한 입법 제안도 가능하며 서울을 지역구로 하는 국회의원과 경인지역에 기반을 둔 비례대표 국회의원들의 협조를 받으면 관련 법 통과는 시간 문제라고 생각한다. 이제 총선이 1년여밖에 남지 않았다. 그때 가서 도민의 대변인이니, 시민의 머슴이니 속에도 없는 감언이설 늘어놓으며 표를 구걸하지 말고 있을 때 잘하는 것이 경인지역 주민들의 마음을 사는 것이다. 지금의 이 사태 내년 표로써 분명히 심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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