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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채훈 삼국지리더십연구소 소장
어떤 인물이 인재이며, 발탁해 어떻게 쓸 것인지는 전설시대부터 오늘날까지 끊임없이 회자된다. "누가 당면한 과제를 가장 순조롭게 해결할 수 있을까?"라고 요순임금은 주위에다 끊임없이 물었다. 즉 일 처리 능력을 중심에 놓고 인재를 구했다. 조선 후기 지식인 최한기는 이에 대해 인재에게 중요한 건 백성을 다스리는 재능인데 이를 치민(治民)과 안민(安民) 두 가지로 집약해 설명했다. 현재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슬기롭게 처리해서 백성들에게 해로움을 끼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치민이라면, 그런 능력 있는 인재를 발탁해 적재적소에 배치함으로써 백성들로 하여금 걱정 없이 생업에 종사하도록 하는 것이 안민이다. "뛰어난 인재 하나를 잘 쓰면 세상이 안정되고, 간사하고 무능한 자 하나를 내쫓으면 온 세상이 기뻐한다. 제 아무리 좋은 취지의 시책을 내놓더라도 간사한 자가 자리에 버티고 있으면 결국 그 시책은 백성을 편케 하는 것이 아니라 괴롭히는 것이 되고 만다."

 결국 문제의 핵심은 인재를 고르고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자의 안목이다. 최한기는 매섭게 지적했다. "자기 집안만 알고 담장 너머 일을 모르는 자가 있고, 친근한 사람만 좋아하고 유능하지만 쓴소리를 하는 사람은 배척하는 자가 있고, 내부의 일만 바라보면서 세상의 큰 흐름에는 아예 눈감은 자가 있다. 그들에게 담장 너머의 세상을 바라보며 실력을 갖춘 인재에 대해 ‘내 편’ 여부를 따지는 자에게 좋은 인재를 고르라고 하는 건 연목구어(緣木求魚)나 진배없다."

 일찍이 조선 초기 세종 임금은 "인재야말로 나라의 보배다. 어떻게 하면 인재를 알아보고 뽑아야 할 것인지…"를 과거시험에 출제했다.

 최고 점수를 받은 이가 강희맹인데 그는 국가의 운명까지 맡길 만한 뛰어난 인재 여섯 종류와 반드시 물리쳐야 할 부류로 나눴다. 여기서 강희맹은 잘못을 범한 뒤에 반성하기는커녕 둘러대고 거짓말하는 자야말로 ‘인심을 해치는 독충(毒蟲)’이라고 썼다. 한걸음 더 나아가보자. 그런 독충을 버젓이 높은 자리나 핵심적인 지위에 앉힌 건 누구인가? 안목 없이 인재를 발탁해 잘못되는 일에 대해 전혀 책임지지 않고 부끄러워할 줄도 모른다면 결과적으로 국가나 사회는 병들고 쇠퇴하면서 망하는 지름길로 가게 된다.

 세종 임금보다 약 1천200년 전 중국의 삼국시대 조조는 인재를 구하는 포고령에서 이렇게 말했다. "인재는 우연히 만나는 것이 아니다. 세상이 바로잡히지 않은 지금이야말로 진정 인재를 찾아야 할 때다. 청렴하고 결백한 선비가 아니면 안 된다는 등 한가한 소리를 지껄인다면 과연 제환공(춘추시대 원수인 관중을 재상으로 기용해 패자가 됐다)이 세상을 평정할 수 있었을까? 지금 세상에는 은인자중하며 수수한 옷을 입고 마음속에는 큰 뜻을 품은 강태공 같은 인물이 없을 리 없다. 또 형수와 은밀한 관계를 가졌느니, 뇌물을 받아먹었느니 비난을 들으면서도 한고조 유방의 오른팔이 됐던 진평 같은 인재가 어딘가 분명코 있을 것이다. 나를 도와 초야에 묻혀 있는 인재를 찾아내라. 오로지 능력만을 보고 천거하라(唯才是擧). 나는 능력 있는 인물을 중용하겠다."

 이에 대해 사마광은 「자치통감」에서 "조조는 인재를 보는 눈이 정확해 신분이 낮거나 과거 비행에 상관없이 재능이 있으면 과감히 발탁해 능력에 맞춰 잘 썼다"라고 칭찬했다. 민심난독증(民心難讀症)이라는 병이 있다. 정치권력이 가장 경계해야 할 병인데 바로 인재 등용이란 문제와 직결돼 있다. 대개의 권력에 이 증세는 있기 마련인데 심해지면 박근혜 정권 꼴이 된다. 현대 정치사에서 극적으로 몰락한 권력이나 정당들 경우도 비슷하다. 요는 이 증세가 심해질 때 능력 있는 인재가 발탁되면 치유 단계로 바뀌지만 그렇지 않으면 곧 무너지고 그 다음에 미숙한 자들이 설쳐대는 세상이 오기 쉽다는 것이 오랜 역사의 교훈이다. 중국이나 일본은 이런 교훈에 익숙하다. 우리는 어떤가? 아직은 그런대로 봐줄 만하다는 것이 중론이지만 곧 있을 개각과 진행 중인 청와대 참모 개편에서 이 점이 간과된다면 참사를 피할 수 없게 된다는 여론도 만만찮다. 점차 심해지는 이 정부의 난독증이 염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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