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1일 오전 인천시 미추홀구 학익동 호미마을 경로당에 모인 노인들. 이들은
▲ 31일 오전 인천시 미추홀구 학익동 호미마을 경로당에 모인 노인들. 이들은 "해가 갈수록 마을의 명절 풍경이 한산해진다"며 씁쓸함을 표했다.장원석 인턴기자 stone@kihoilbo.co.kr
홀몸노인들은 설 명절이 달갑지 않다. 발길 끊긴 자식들이나 친지들과 정을 느낀 지도 오래다. 경제적으로도 넉넉지 못하다 보니 명절 음식을 마련할 여유도 없다. 노인들은 다가올 설을 앞두고 쓸쓸하고 심란한 마음뿐이다.

설 연휴를 앞둔 31일 찾은 인천시 미추홀구 학익동 노적산로 40번길 일원 노적산 호미마을. 영하의 날씨에 길을 지나는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녹슨 대문은 굳게 잠겨 있고, 사람들의 말소리도 새어 나오지 않았다. 보일러 연통에서 나오는 하얀 연기만이 누군가 살고 있음을 짐작하게 했다.

호미마을은 ‘노인의 마을’이다. 마을에 거주하는 100여 가구 중 절반 이상이 ‘홀몸노인’들이다.

송재완(81)·신순자(77·여)씨 부부는 출가한 자녀들과 손주들이 발길을 끊은 지 오래돼 명절이면 더욱 쓸쓸하다. 경제적인 형편도 넉넉지 않아 명절 음식 마련은 엄두도 못 낸다. 게다가 젊은 시절 공장일을 하다가 허리를 다친 송 씨는 십수 년째 집 안에서만 생활하고 있다.

신 씨는 "기초노령연금과 잠시 일했을 때 납부한 국민연금으로 겨우 먹고산다"며 "출가한 아들 둘도 모두 형편이 어렵다며 용돈을 보내온 지도, 명절이라고 집에 한 번 오겠다는 얘기를 들은 지도 오래됐다"고 말했다. 이어 "손주들은 부산에서 직장생활을 한다고 들었는데, 얼굴을 마주한 지 너무 오래돼 소식이 궁금할 뿐"이라며 고개를 떨궜다.

김우식(87·여)씨는 아들 셋을 출가시키고 25년째 홀로 살고 있다. 김 씨는 다가오는 명절이 부담스럽다. 소득이 없어 손주들에게 줄 세뱃돈을 마련할 방법이 마땅치 않아서다.

그는 "부식비를 아껴야 해서 평소 식사는 김치만 볶아 간단히 먹는데, 내 자신이 처량하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며 "그래도 명절이면 혼자 지내다가 아들 내외와 손주들을 볼 수 있지만, 특별한 소득이 없는 상황에서 손주들에게 세뱃돈을 줄 생각을 하면 부담스럽다"고 한숨을 쉬었다.

20여 년 전 마을에 정착한 김청웅(79)씨는 2∼3년에 한 번꼴로 아들을 만난다. 그는 아들이 젊은 시절 영국으로 유학을 떠나 영주권자가 됐다고 했다. 아들이 한국에 잠시 들어올 때 한 차례 식사를 할 뿐이다. 이번 설에도 아들의 얼굴은 볼 수가 없다.

김 씨는 "고생해 키운 아들이 열심히 공부해 성공했으니 뿌듯하지만 명절이 와도 혈육의 정을 나눌 수 없어 쓸쓸하고 외롭다"고 했다.

인천의 홀몸노인 인구는 매년 늘고 있다. 2016년 7만7천여 명에서 2017년 8만여 명으로 증가했고, 지난해 12월 말일 기준 8만9천여 명에 달한다.

시 관계자는 "명절을 맞아 각 동 행정복지센터를 통해 홀몸노인에게 후원물품을 지원한다"며 "평소에는 사례관리사를 지정해 홀몸노인의 고독사 방지와 생활지원활동도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장원석 인턴기자 stone@kihoilbo.co.kr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키워드

#호미마을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