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감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인지, 근거는 무엇인지 여쭙겠다."

올해 초 한 기자가 청와대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에서 경제 성장을 지속시키겠다는 문 대통령의 발언에 던진 질문이다.

해당 발언을 두고 언론계 내부에서도 의견이 분분했다. 할 말을 했다는 지지와 태도에 문제가 있었다는 비난이 엇갈렸다.

개인적으로 존경하는 분 중의 한 명인 故 헬렌 토머스 백악관 출입기자는 후배들에게 ‘기자에게 무례한 질문은 없다’, ‘질문하지 않으면 대통령도 왕이 된다’는 말을 남겼다.

그는 약 60년 동안 10명의 대통령을 거치며 송곳 질문을 하기로 유명한 기자였다.

그러나 얼마 전 인천에서 진행된 한 기자회견에서는 기자들의 질문조차 막아버리는 ‘어이없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직원의 장례식 다음 날 모 부서 직원들과 회식 자리를 연 것도 모자라 부적절한 신체 접촉을 한 이재현 서구청장의 사과 기자회견이었다.

당시 기자회견이 시작되기 전 서구청의 홍보 담당자는 기자들의 질문을 받지 않겠다고 통보했다. 이어 이 청장도 자리에 서더니 약 3분 동안 한 장짜리 기자회견문만 읽고 90도로 머리를 숙여 인사를 한 후 일체의 질문조차 받지 않은 채 나가버렸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은 "사안과 관련해 이미 밝힌 사실 외에 있지도 않은 많은 허위사실들을 유포하거나 과장, 확대해 정치적으로 악용하고, 명예를 훼손하는 일, 할 일 많은 서구청의 구정을 마비시키려 하는 세력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대처해 나가겠다"는 협박성 문구밖에 없었다.

혹시 이재현 청장은 왕이 되고 싶었던 것일까.

자신의 잘못으로 인해 마련된 기자회견이라면 카메라 앞에서 고개만 숙이는 ‘쇼’가 아니라 시민들이 궁금해 하는 점에 대해 구체적으로 사죄를 구해야 한다. 자신이 하고 싶은 말만 하는 것이 기자회견이라면 기자들이 왜 필요할까.

그 자신감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인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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