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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사연 수필가
미세먼지가 심각하다. 아들이 휴대전화에 깔아준 미세먼지 표시 수치는 150을 넘어 빨간색 경고가 뜨고 재난경보 문자도 날아온다.

 몇 년 전 홍콩을 여행했을 때 대기가 온통 잿빛이어서 사진 촬영을 포기한 기억이 떠오른다. 이젠 대기 오염은 남의 일처럼 가벼이 넘길 일이 아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리는 중국 탓만 했다가 "너나 잘하세요!"란 항의를 받고 원인을 국내로 돌렸다. 한때는 고등어를 굽는 연기 때문이라는 환경부의 발표로 어민들이 발끈한 적도 있었다. 미세먼지의 가장 큰 원인은 석탄을 태우는 화력발전소와 오래된 디젤자동차의 매연 때문이다. 그렇다면 석탄 화력발전소와 낡은 디젤자동차를 줄이는 것이 관건이다. 문재인 정권이 들어서면서 탈 원전정책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거기엔 ‘판도라’라는 영화도 한몫을 차지했다고 한다. 누군가 ‘터널’이라는 영화를 본 후 터널을 통과할 때마다 섬뜩했다며 자기가 대통령이 되면 터널을 메꿔 없애겠다고 털어놓은 적이 있었다. 세월호 사고와 연관시켜 해양경찰청을 해체한 대통령도 있으니 그의 야망도 무리는 아니란 생각이 든다.

 옛날, 양반은 물에 빠져도 체통을 지키기 위해 허우적거리면 안 된다며 물속으로 가라앉았다는 말이 있다. 양반의 체면을 세우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포기하는 일은 제삼자가 상관할 바가 아니다. 하지만 대통령의 선거 공약이라며 국민의 불편과 피해를 간과한 채 그릇된 정책을 밀어붙이는 것은 문제가 다르다. 역사 사극에는 자신의 불이익을 감수하며 임금의 잘못을 간언(諫言)하는 충신의 애절한 대사가 등장한다.

 "전하!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요즘 인천지역 국회의원의 간언이 국민들에게 희망찬 감동을 안겨주고 있다. 지난 15일, 여당 소속 송영길 의원은 탈 원전 정책을 지지하지만 원자력발전은 장기간 함께 가야 하므로 신한울 3·4호기 원전 공사 재개와 그와 관련한 별도의 공론화 절차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세먼지 주범인 화력발전소를 조기 퇴출시키기 위해서도, 세계 최고 기술력을 자랑하는 한국 원자력 산업의 경쟁력을 세계 수출산업으로 발전시켜 나가기 위해서도, 그리고 산허리를 깎아 태양광을 설치해 생태계를 파괴시키고 훗날 엄청난 폐기물로 인한 자연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서도 탈원전 정책은 시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한울 원전 문제는 2017년 공론위원회에서 이미 결론 난 사안이라는 청와대의 주장에 대해 당시는 신고리 5·6호기 공사 재개 여부를 묻는데 집중됐고 신한울은 대상이 되지 않았다고 했다. 이때 정부는 원전 축소 여부를 묻는 항목을 슬쩍 끼워 넣어 통과시킴으로써 향후 10년 안에 원전의 절반을 가동 중지시키겠다는 명목을 얻어냈다고 언론은 보도했다. 국민은 정책 전문가가 아니기에 고위 관료의 안목과 눈높이에서 정치, 경제, 환경의 내면을 속속들이 이해할 수는 없다고 폄하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탈원전 정책으로 인한 미세먼지 증가로 숨이 막혀 마스크를 써야 하고 머지않아 전기요금 상승으로 가계가 불안해진다는 사실만은 명확히 꿰뚫고 있다. 그래서 국민들은 송영길 국회의원의 용기 있는 간언을 지지하는 것이다.

 탈원전의 이유가 치명적으로 위험하기 때문이라는 변명을 믿는 국민은 거의 없다. 대통령이 외국에 가서 한국 원자력의 안전과 경제성을 강조했기 때문이다. 원자력 산업은 귀한 생명을 구하는 방사선 치료제와 핵잠수함의 연료로 발전하기도 했지만 북한의 김정은을 세계 최강국인 미국의 대통령과 회담장에 마주 앉게 한 원천이 되기도 했다.

 우리는 언제까지 미국의 핵우산에 의지할 것이며 이미 핵무기 보유국이 된 북한의 위협에 무엇으로 대처할 것인가. 때마침 교수와 연구원 등 국내 산학연 원자력 전문가 5천 명으로 구성된 원자력학회는 지난달 17일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 여부와 합리적 에너지 정책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루기 위한 공론화를 촉구하는 입장을 발표했다.

 "제발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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