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시 계양구 코아루 센트럴파크의 상가들이 OBS 방송국 이전이 무산된 이후 텅 비어 있다.
▲ 인천시 계양구 코아루 센트럴파크의 상가들이 OBS 방송국 이전이 무산된 이후 텅 비어 있다.
"이런 곳에 손님이 오겠어요? 다른 곳으로 옮기고 싶어도 여기에다 쓴 돈이 있으니까 울며 겨자 먹기로 버티는 거죠. 방송국 들어온다는 얘기만 믿고 기다리고 있었는데, 그 사이 옆 가게들은 다 빠져나갔어요."

인천시의 OBS 경인TV 유치 계획이 무산되면서 인근 상가 상인과 주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책임론도 끓어오르고 있다.

계양방송통신시설이 위치한 코아루 센트럴파크는 분양 초반에 새로운 쇼핑문화를 누릴 수 있는 유럽 스타일의 명품 쇼핑몰을 조성하겠다며 화려한 청사진을 그렸다. 하지만 7일 오전 찾은 단지 내 상가는 사람의 흔적을 느낄 수 없었다.

이 상가는 2017년 6월 준공돼 이미 분양을 마쳤다. 하지만 처음 개업했었던 카페, 식당 등 몇 안 되는 가게들은 지난해 9월을 기점으로 다수 폐업했다. 현재는 총 76개 점포 중 8곳만 영업 중이다.

주민과 상인들은 이 사태를 두고 ‘사기 분양’이라고 토로했다. 2013년 송영길 전 시장과 OBS 측이 본사를 이전하는 내용의 협약을 맺을 때만 해도 당연히 방송국이 들어올 줄만 알았다. 건물 조성 과정에서 시가 계산터미널 부지를 일반상업용지로 변경하는 등 특혜를 제공했기 때문이다. 터미널 부지 옆 녹지공간 조성계획도 함께 폐지됐다. 인근 주민들은 OBS 이전 기대감으로 주민 편의시설을 포기했다.

코아루 센트럴파크는 처음 ‘방송통신시설 등 안정된 연계 상권 수요 공급’이라는 문구를 넣어 가면서 투자 안전성을 강조했다. 방송국 유치로 인한 유동인구 유입을 기대해 처음 49㎡ 규모의 상가 분양가는 5억 원에서 7억 원을 넘나들었다. 하지만 지난해 250만 원이었던 임대료는 현재 150만 원까지 떨어졌다. 현재 입주하려는 가게가 전혀 없어 임대료는 더 내려갈 상황이다. OBS 이전을 믿고 대출을 받아가며 상가를 분양받은 업주들은 이자 부담에 속만 태우고 있다.

그러다 보니 OBS의 이전이 구체적이고 명확한 약속이 없이 시가 서둘려 용도변경과 건설을 추진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부 주민들은 애초에 OBS가 이주할 마음이 없었던 것 아니냐는 의구심까지 보인다.

계산택지공공부지정상화대책위원회 관계자는 "단순히 분양가 하락뿐만 아니라 방치된 방송국 건물을 유지하기 위한 지출도 계속돼 계양구 전체가 피해자라고 할 수 있을 정도다"라며 "장기적으로는 책임을 묻기 위한 소송을 진행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시 관계자는 "현재 내부적으로 OBS 이전 문제를 정리하는 단계"라며 "다음 주부터 OBS를 대신할 시설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세울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김유리 인턴기자 kyr@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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