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 목적을 위해 여러 갈래 길이 모이도록 넓게 만든 마당.’ 사전에 있는 광장의 뜻이다.

 우리나라는 ‘촛불혁명’이라 불리는 아름다운 광장문화를 이룩한 곳이다. 인천아트플랫폼은 2016년 12월 ‘광장, 환대의 문지방’이라는 주제로 황해미술제를 열기도 했다. 광장이 지천으로 널려 있을 법하지만 그리 많지 않다. 아예 광장이 없는 동네도 있다. 인천시 미추홀구가 그렇다. 안타까움에 미추홀구 직원들은 제물포북부역에 광장을 만들기로 했다. 내년 7월 정도면 완성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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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중심에 임채익(48)미추홀구 관광문화팀장이 있다.

 임 팀장은 2009년 인천대학교 이전으로 최근 4∼5년간 어려움을 겪는 상인들의 절규를 들었다. 제물포역 활성화를 위해 인천시와 한국철도공사, 한국전력, 인천사회적기업센터, 인천대 등 다양한 기관의 담당자들과 만나 협의했다. 상인들과 주민들을 설득하는 데도 온 힘을 쏟았다. 그 결과, 제물포북부역 앞 상습 불법 주정차를 없앴다. 가게 앞 주정차로 영업에 방해가 많다는 상인들의 민원을 해소한 것이다.

 미추홀구 슬로건은 ‘골목골목까지 행복한 미추홀구’다. 마을재생사업에 관심이 높은 구와 주민들의 의견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임 팀장은 "지역주민과 다른 동네 사람들이 찾아올 수 있도록 수년 전부터 다양한 콘텐츠를 준비하고 있다"며 "제물포북부역 광장과 지하도 상가, 아트마켓(수제 전문 벼룩시장) 등을 잇는 ‘영스퀘어 페스티벌’을 내년에는 선보일 계획"이라고 했다.


 제물포북부역 광장은 경남 창원 오동동 문화광장에서 힌트를 얻었다. 넓지 않지만 광장에 모인 사람들의 집중도를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을 배웠다. 제물포북부역 광장에서 열릴 영스퀘어 페스티벌은 맥주광장과 버스킹 무대, 댄스 연습공간 등 상설무대가 준비된다. 주변 학교(16개) 학생들이 모여 젊은 에너지를 쏟아낼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든다. 제물포북부역은 광장이 생기면 차 없는 거리가 된다. 구는 평일과 주말 구분 없이 주민들이 즐길 수 있는 광장으로 조성한다.

 지난해 10∼11월 열린 ‘핫플레이스 제물포’는 지역 상권 활성화를 위한 ‘영스퀘어 프로젝트’의 하나로 다양한 장르의 공연과 청소년·제물포 상인 가요제, 영화 상영 등 주민들과 상인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또 제물포마켓과 헌책방, 인근 식당 배달서비스로 무대 공연말고도 현장에서 다채로운 경험을 즐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시민들의 호응을 얻었다.

 임 팀장은 영화사 출신으로 구에 들어온 지 6년째다. 관광문화와 공연 기획 분야가 전공이다. 그는 "영화사에서 DMZ국제다큐영화제 등을 총괄기획한 경험을 바탕으로 광장 등 제물포북부역 활성화에 힘쓰고 있다"며 "주민들과 상인들이 적극 도와 줘 제물포북부역 광장사업을 할 수 있었고, 지난해 시범 실시한 월드컵 응원도 성공적이었다"고 말했다.

 그와 인터뷰 도중 길에서 만난 제물포역상인회 관계자는 "임 팀장이 상인과 주민의 마음을 헤아려 제물포역 활성화에 큰 도움을 주고 있어 매우 예쁘다"고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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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 팀장은 "제물포북부역 옛 분식골목을 재현하고 싶다"며 "예전 분식골목은 지금 소규모 공동주택으로 변한 곳이 많아 담배골목(제물포북부역 바로 왼쪽) 쪽에 분식골목을 만들 계획"이라고 했다. 이어 "최근 지하상가 폐쇄 전까지 학생들이 찾아 허기를 달래고 대화를 나누던 분식집들도 다시 들어올 수 있게 할 생각"이라며 "제물포역에서 분식을 먹고 광장의 여유를 즐기기 위해 사람들이 오게끔 만들겠다"고 덧붙였다.

 제물포역 재생의 핵심은 지하상가다. 지하상가 활성화가 북부역과 남부역 상권을 살리고 주택가에 활기를 불어넣을 것으로 보인다. 임 팀장은 제물포지하상가 리모델링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전시장이 부족한 미추홀구 현실을 반영해 지하상가 벽을 전시장으로 활용하고 청소년 댄스연습실과 커뮤니티실, 버스킹 등 상설무대를 만들어 문화예술이 접목된 지하상가로 만들 계획"이라며 "문화존에서 영화를 상시 상영하고, 남녀노소가 찾을 수 있는 콘텐츠를 넣을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제물포지하상가는 푸드존(분식 등), 문화존, 패밀리존(상점 등)으로 나뉜다. 쾌적함을 유지하기 위해 통로 폭도 넓히고 점포 수도 대폭 줄인다. 제물포북부역 광장과 지하상가 등이 활성화되면 도화지구(약 6천 가구) 사람들을 끌어들일 수 있을 전망이다. 현재 도화지구 주민들은 제물포역보다 도화역을 주로 이용하고 있다.

 임 팀장은 "역 주변에 16개 초·중·고·대학이 있어 추억 때문이라도 제물포역을 찾고 싶은 사람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며 "그동안 콘텐츠가 없고, 낙후된 이미지 때문에 찾지 않았지만 광장과 지하상가 리모델링이 제물포역을 재도약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글·사진=이창호 기자 ych23@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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