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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직 인천재능대학교 회계경영과 교수
올해 하반기부터 강사법이 본격적으로 시행된다. 그 여파로 각 대학들은 강사들의 처우 개선을 위해 늘어나는 재정을 감당하기 위해 교수들의 책임 시수와 강의 시수를 늘리는 등 각종 대책 마련에 매우 분주하게 돌아간다.

 지난해 9월 학기부터 본인은 재직하고 있는 대학 사정상 호텔관광과에서 회계경영과로 근무처가 변경됐다.

 실로 아주 오랜만에 친정으로 돌아온 기분이 들었다. 본인의 주 전공이 회계학이기 때문이다.

 회계 또는 회계학의 본질은 기업 실체의 재무상태와 경영성과를 신뢰있게 측정하고 전달해 기업 내외의 이해관계자들이 효율적으로 의사결정할 수 있도록 유용한 정보를 생산·제공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복식부기 시스템 적용과 재무제표 작성은 필수불가결한 과정이다.

 복식부기 시스템은 우리 인류 집단지성의 대표적 산물이다. 흔히 인류가 달에 착륙한 과학적 성과에 비견될 수 있는 빛나는 인류의 위대한 지혜이기 때문이다.

 이는 삼성전자 등 세계적인 기업들의 복잡하고 광범위한 경영 활동이 정교한 복식부기 시스템을 거치기만 하다면, 재무상태표와 손익계산서라는 재무제표를 통해 이런 복잡한 기업의 경영 활동을 아주 단순하지만 체계적으로 잘 나타낼 수 있는 것만 봐도 명료하게 알 수 있다.

 온 가족이 한자리에 모이는 꿀맛 같은 설날 연휴가 막 지나갔다. 사실 설날이나 추석 등 명절은 누구에게는 행복한 추억이 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어떤 이에게는 악몽 같은 시간일 수도 있다.

 아쉽게도 관련 통계를 보면 명절 연휴 또는 직후에 이혼율과 자살 시도가 높아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지난 5일 발표된 법원행정처 자료에 따르면 2016년 이혼신청은 하루 평균 298건 접수됐지만, 설과 추석 전후로 10일간은 하루 평균 656건의 이혼신청이 접수돼 2배 넘게 늘어났다고 한다.

 또한 이 기간 자살 신고 건수도 매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2017년 설 연휴 당시 139건이었던 자살 신고 건수가 같은 해 추석 179건으로 늘었고, 지난해 설에는 244건으로 더 증가했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자기 자신의 삶을 재조명하기 위해 자신만의 인생 재무제표를 그려보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작업이 아닐까 한다.

 기업 재무제표의 핵심은 재무상태표와 손익계산서이고, 재무상태표의 핵심은 자산 부채 자본이며, 손익계산서의 핵심은 수익과 비용 그리고 손익이다.

 기업의 자산 부채 자본 수익 비용과 같은 요소들은 화폐액으로 측정 가능한 것만을 대상으로 한다. 기업의 아무리 우수한 인적자원이나 무형자산이라도 화폐로 측정 불가능하면 자산에서 제외하는 한계를 갖고 있다. 이 점에서 기업 재무제표는 인생 재무제표와 질적인 차이가 있다.

 인생 재무제표는 아파트 자동차 은행예금 등 화폐액으로 측정 가능한 물질적 자산뿐만 아니라, 좋은 인성과 화목한 가족관계, 친구와의 우정, 신뢰받는 광범위한 인적 네트워크 등 화폐액으로 측정 불가능한 무형의 요소까지도 고려돼야 한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삶의 만족도는 전자의 물질적 성취보다 오히려 후자에 더 의지하게 되는 것이 보편적이지 않을까 한다.

 아무리 많은 경제적 부를 축적했다고 해도 가정이 무너지고, 가족이 와해되고, 우정에 금이 가고, 원만한 인간관계가 불가능하다면 실패한 인생이라고 해도 결코 무리가 아닐 것이다.

 현재 시점에서 어떤 이는 자산이 부채를 초과할 수도 있고 어떤 이는 부채가 자산을 초과할 수 있다. 기업의 재무상태가 기업의 노력 여하에 따라 달라질 수 있듯이 우리의 삶 또한 우리의 각오와 노력으로 언제든지 역전시킬 수 있지 않을까?

 인생이 새옹지마라고 하는 말은 이런 뜻이 아닐까?

 현재 자산이 부채보다 많다고 느낀 이는 스스로 위안을 삼고 가족과 주위의 어려운 사람을 위해 소위 입은 닫고 지갑은 여는 배려와 겸손의 삶이 요구된다. 비록 물질적인 손해는 볼 수 있지만 신뢰 믿음 존경 등등 돈을 평가할 수 없는 무형의 자산을 극대화하는 길이 아닐까 한다.

 또한 자산이 부채보다 적은 이도 결코 실망할 필요가 없다. 스포츠에서도 극적인 역전승이 있듯이 인생 또한 별반 다르지 않다고 본다. 국내에서 일자리가 여의치 않아 국외로 진출해 최근 베트남 국민 영웅으로 칭송받는 박항서 베트남 축구 대표팀 감독을 보면 인생의 끝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을 눈으로 확인했다.

 비록 주위의 모든 환경이 어렵다 하더라도 희망의 끈을 놓아서는 안 된다. 봄에 피는 꽃도 있지만 겨울에서야 활짝 피는 꽃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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