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영화 개봉이 줄을 잇는 여름철 극장가 성수기를 앞뒀던 1998년 5월, 때 이른 국산 공포영화 한 편이 개봉됐다. 한국영화사에서 웰메이드 공포영화의 서막을 열었던 ‘여고괴담1’이다. 이 영화는 당시 ‘점프컷’이라는 영화적 기법을 활용해 학교 복도에서 귀신이 관객에게 순식간에 다가오는 장면을 선보이며 실감나게 공포영화를 연출했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큰 흥행몰이에 성공했다.

 개인적으로는 수험생 타이틀을 달기 1년도 채 남지 않은 시기여서 다른 관객들보다 피부로 느꼈던 공포가 상대적으로 더 높을 수밖에 없었던 영화이기도 했다.

 특히 기억에 남는 장면은 만년 전교 2등이 교정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이야기였다. 일등만 최고로 대우하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엘리트군에 속하는 ‘2등’이 느끼는 불안감을 공포영화의 소재로 적절히 연결시켰다고 생각했다.

 이로부터 21년의 세월이 흐른 뒤 우리 앞에 나타난 웰메이드 드라마 ‘스카이캐슬’. 대한민국 상위 0.1%가 모여 사는 ‘스카이캐슬’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제 자식을 명문대에 보내기 위한 부모들의 처절한 모습을 그려내면서 비지상파 드라마 가운데 역대 시청률 1위인 23.2%를 기록하는 등 화제몰이를 했다.

 이 드라마에서는 고액을 받고 학생의 성적을 관리해주는 ‘입시코디’라는 직업을 등장시키면서 부유층 자녀의 입시 준비 과정을 극의 긴장감을 잘 살려 현실성 있게 묘사했다.

 이 중심에는 자의든 타의든 명문대에 진학하기 위해 온갖 스트레스를 받아가면서 공부하는 학생들이 있다. 장소와 시대가 바뀌었을 뿐 ‘여고괴담1’에서 다뤘던 대한민국 입시제도의 부조리는 달라진 게 없었다.

 거꾸로 더욱 공고해진 것처럼 보였다. 돈 있는 집안에서는 자녀를 명문대에 보내기 위해 고액 과외를 넘어선 억대 입시코디까지 고용했다. 학원 및 과외 등 사교육도 간신히 보내고 있는 서민들 입장에서는 자괴감이 드는 서글픈 현실인 셈이다. 앞으로 20년이 다시 지난 후에는 과연 우리의 입시제도는 어떻게 변해 있을까. 또 다른 여고괴담, 스카이캐슬을 만날 것만 같은 슬픈 예감이 든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