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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라국제도시에 세워지는 청라시티타워 조감도.사진=인천경제청 제공
전 세계에서 6번째로 높은 건물이 내·외부 설계를 확정하지 않은 채 토목 공사부터 진행될 전망이다.

마천루 건축 부문에 있어 국내외에서 이 같은 사례는 찾기 힘들다. 보석을 형상화한 굴절된 ‘프리즘’ 형태를 개발 콘셉트로 한 이 마천루가 앞으로 어떤 형태로 변형될 지 현재로서는 누구도 알 수 없다.

땅 주인과 인허가 행정청은 지역 주민들의 동의만 얻으면 곧바로 터파기를 벌인다는 계획이다.

10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청라영종사업본부와 인천경제자유구역청, 청라시티타워㈜ 등에 따르면 서구 청라호수공원 중심부에 높이 448m의 ‘청라시티타워’가 세워질 예정이다.

이 사업은 2006년부터 추진돼 2012년 국제 공모를 통해 설계안이 확정되면서 본격화됐다. 2016년에는 한양·보성산업·타워에스크로우가 컨소시엄(청라시티타워㈜)을 이뤄 민간사업자로 나섰다. 청라시티타워㈜는 땅 주인인 LH와의 협약에 따라 시티타워 설계 당선작을 바탕으로 기본설계를 짰다.

‘블루 크리스탈’ 이미지를 구현한 반투명 건축물 공사안에 대해 인천경제청은 2017년 8월 경관심의를 승인했다. 곧바로 건축심의도 통과돼 지난해 6월 착공을 목표로 착공계가 제출됐다. 하지만 같은 해 10월 시티타워의 예비공탄성 실험 결과가 나오면서 상황은 반전됐다. 200m 이상 구간부터 타워가 비틀어진 형태로 설계되고 각 모서리가 날카로운 각도로 돼 있어 바람에 취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민간사업자는 타워의 구조적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기본설계를 전반적으로 변경하자고 LH에 요청했다. LH는 풍도(바람길)를 내면 문제가 해결된다고 설계 재검토 요구를 거부했다. 그런데 LH·인천경제청·민간사업자는 지난달 ‘선(先) 착공’을 전제로 이 문제를 합의했다. 민간사업자는 기본설계를 변경할 수 있게 됐고, LH는 공사비가 늘어나면 추후 협의해 주기로 했다. 인천경제청은 기본설계 변경에 따른 경관심의, 건축심의 전에도 착공을 할 수 있게 승인하기로 했다.

하지만 인천경제청 등이 ‘해법을 찾았다’는 이 건물의 구조 안정성 문제는 전혀 풀리지 않았다. 민간사업자는 풍도를 건축물 어디에 어떻게 낼지, 200m 이상 구간부터 건물 모양을 둥글게 할 지 등에 대해 전혀 확정하지 못했다. 앞서 민간사업자는 기본설계를 다시 하려면 최소 6개월이 걸린다고 했다.

이후 경관·건축심의를 비롯해 외부 엔지니어링업체를 통해 구조 안정성 재조사를 받아야 한다. 타워의 구조 안정성 문제가 전혀 해결되지 않았고, 원안 설계가 얼마나 변형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LH와 인천경제청은 설계와 시공을 동시에 추진하는 ‘패스트-트랙’을 선택했다.

민간사업자는 재설계 기본도면과 상세도면이 없는 상황에서 토목 공사를 위한 지하도면만 갖고 결국 사업을 시작하게 생겼다. 지역 주민들은 이에 대해 오는 26일께 동의 여부를 결정한다.

LH 관계자는 "착공 여부는 이달 말께 결정된다"고 했다. 청라시티타워㈜ 관계자는 "풍도 개설, 둥근 형태의 타워 등이 전혀 결정된 바 없다"며 "주민 설명회에서 설계 변경에 대해 동의를 먼저 얻어야 사업을 할 수 있다"고 했다.

김종국 기자 kjk@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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