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부담해야 할 한미방위비 분담금이 총액 1조300억 원대에, 협정 유효 기간 1년으로 사실상 타결됐다. 지난해 말 미국 측이 ‘분담금 10억 달러(약 1조1천305억 원) 이상 및 유효기간을 5년에서 1년으로 단축’하는 내용을 최후 통첩했는데, 결국 미국의 요구를 상당 부분 반영하는 수준에서 접점을 찾은 듯하다. 물론 주한미군의 전쟁 억제력과 정치·경제적 가치를 감안하면 한 해 국방예산(올해 46조7천억 원)의 2% 남짓하는 비용을 갖고 굳이 정치 쟁점화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2018년도 분담금 내역만 봐도 군사건설비(46%), 인건비(39%), 군수지원금(15%) 등에 배정돼 있다.

 정치적으로 끌고 갈 이유가 없는 ‘주한미군 주둔을 위한 행정적 비용’에 불과한 것이다. 하지만 객관적·합리적 논리는 묻힌 채 ‘주한미군 감축 가능성’, ‘10억 달러가 국민의 심리적 마지노선’ 같은 해괴망측한 주장이 협상 분위기를 에워쌌다. 더 기가 막힌 건 1년이라는 사상 초유의 초단기 협정 유효기간이다. 이러면 국회 비준절차(4월 예정)가 끝나자 마자 다시 내년도 분담금 협상에 나서야 하는 코미디가 펼쳐질 수밖에 없다. 주한미군 주둔의 안정성을 훼손할 뿐만 아니라 한미 협상팀 모두에게도 소모적일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일각에선 북미 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고, 한반도에 평화 무드가 정착되면 내년도 분담금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에 서게 될 것이라는 주장을 한다. 그렇게 믿는다면 너무나도 순진하고 단편적인 발상이다. 주한미군의 존재가치는 동북아 평화 유지라는 훨씬 더 높은 수준의 미션을 수행하는 데 방점이 찍혀 있다. 북한은 물론 중국·러시아의 군사 도발, 심지어 일본과 극단적인 상황까지 억제하는 다양한 기능과 역할을 수행한다.

 최근 들어 군 전투력이 (군사훈련 취소, 복무기간 단축 등) 물리적으로나 (종교적 신념에 따른 병역거부, 군대 내 위계질서 문란 등) 정신적으로 많이 약화되는 것 같아 걱정스럽다. 이렇듯 자주 국방력이 취약해지는 상황이라면 주한미군 주둔의 안정성이라도 제고하는 게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가 아닐까. 아무리 생각해도 1년짜리 단발성 합의로 땜빵 조치한 건 코리아 디스카운트만 확대하는 자승자박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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