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에서 평택항으로 반입된 불법 폐기물 컨테이너에 대한 조사 결과를 환경부가 7일 공개했다. 대부분이 정상적인 재활용 공정을 거치지 않은 ‘이물질이 혼합된 폐플라스틱’인 것으로 확인됐다. 폐기물에 대한 수출입 서류를 허위로 신고하고, 비윤리적인 행위로 국격을 손상시킨 자들을 일벌백계해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이번 사태는 충분히 예견된 일이라는 점에서 정부의 책임도 크다. 이미 지난해 중국의 폐기물 금수 조치로 재활용업체들이 비닐류 수거를 거부하는 등 쓰레기대란이 발생한 바 있다. 최근에는 베트남과 태국, 말레이시아 등 그나마 수출이 가능했던 동남아 국가에서도 폐플라스틱 등에 대한 수입금지 조치가 내려졌다. 상황이 이러하다면 마땅히 폐기물 발생을 획기적으로 줄이거나 원활하게 처리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했어야 하지 않았나.

 유해 폐기물은 소비를 줄이거나 재활용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안타깝게도 단기간 내 이뤄질 수 없는 문화적·제도적 변화가 수반돼야 하는 일이라 당장은 매립이나 소각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전국의 매립지가 포화상태에 있고, 소각 또한 미세먼지 이슈와 지역 주민 반발로 처리가 쉽지 않다는 데 있다. 이런 상황에서 ‘폐기물을 싸게, 빨리 처리할 수 있는 불법수출’은 분명 유혹적인 대안일 것이다. 하지만 ‘유해폐기물의 국가 간 이동 및 처리 통제에 관한 바젤협약’에 따르면 최종 처리 또는 재활용 유해 폐기물을 이동시키는 행위가 금지돼 있고, 정부도 이에 위반하는 수출입을 허가하지 않도록 ‘협약상의 의무’를 준수해야 한다.

 그런데 실상은 업자가 수출품목 신고서와 품질 평가서만 제출하면 환경부와 관세청은 책상에서 서류나 검토하는 식으로 대충 넘어간다. 한마디로 ‘뒤탈만 없다면…’ 하며 정부도 지그시 눈감고 방치하고 싶었던 건 아닌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단기적으로 수출이 불가능한 폐기물을 어떻게 국내에서 자족 처리할 것인지, 장기적으로 폐기물 발생 자체를 어떻게 원천적으로 줄일 것인지 해결책을 강구해야 한다. 정부와 폐기물 처리업체는 물론 시민단체와 전문가들도 참여하는 사회적 대타협 기구를 발족하고, 이를 통해 문제를 풀어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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