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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구의 문화국가에는…

나채훈 삼국지리더십연구소 소장/역사소설가

기호일보 webmaster@kihoilbo.co.kr 2019년 02월 12일 화요일 제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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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채훈 삼국지리더십연구소 소장
김구 선생의 반제·반봉건의 동학 가담과 민비 시해에 대한 복수로 일본의 특무장교 살해 사건에서 국가와 민족에 대한 열렬함과 강인한 투쟁 정신을 볼 수 있다면 ‘나의 소원’에서 밝힌 진정한 문화국가는 어떤 것이어야 할까.

 독립신문 1898년 2월 15일자를 보면 "갇힌 지가 지금 3년인데 옥 속에서 주야로 학문을 독실하게 하며 또한 다른 죄인들을 권면해 공부를 시키는데 그 중에 양봉구는 공부가 거의 성취됐고 이외의 여러 죄인도 김창수와 양봉구를 본받아 학문 공부를 근실히 하니 감옥 순검의 말이 인천감옥소는 옥이 아니라 인천감리서 학교라고 한다"라고 했다. 「백범일지」에도 ‘자본 없이 할 만한 장사가 거지와 도적밖에 뭐 있겠느냐’는 한 죄수의 넋두리에 마음이 흔들렸다는 기록이 나온다.

 그리고 이제 옛 지식과 낡은 사상만으로 나라를 구할 수 없으니 세계 여러 나라의 정치·경제·산업·문화는 어떤지 연구해 보고 내 것보다 좋은 남의 것이 있으면 수입해서 우리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권유를 받아들여 신서적을 손에서 놓지 않고 탐독했다고 했다. ‘의리는 유학자들에게서 배우되 문화와 제도 일체는 세계 각국에서 선별 채택하는 것이 나라에 이롭겠다’는 자신의 의식 변화를 고백하기도 했다.

 이후 선생은 한일병합 이후 안악사건으로 수감돼 다시 인천감옥으로 오게 되는데 이때는 인천항 축항 건설에 고된 노역으로 차라리 죽고 싶었다고 했고, 출옥 후 강화도에서 교육사업에 종사하기도 했다. 마침내 3·1만세운동이 일어나고 일제의 무자비한 폭력진압을 겪고 상해로 망명해 온갖 고초를 겪으며 항일투쟁의 선봉에 서고 이봉창이나 윤봉길 같은 열렬 청년들로 하여금 일제의 간담을 서늘케 한 폭탄 투척 등을 이끌었다.

 이를 두고 테러리스트 운운하는 망발이 있긴 하지만 아무튼 선생의 투쟁은 비폭력주의와는 거리가 멀었다. 그런 선생이 해방 이후 귀국해 인천을 비롯해 전국 지방을 순회하고 1947년에 발표한 것이 ‘나의 소원’으로 문화국가의 모범으로서 우리나라가 우뚝 서기를 간절히 소망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가장 부강(富强)한 나라가 되기를 바라는 것은 아니다. 내가 남의 침략에 가슴이 아팠으니 내 나라가 남을 침략하는 것은 원치 아니 한다. 우리의 부력(富力)은 우리의 생활을 풍족히 할 만하고 우리의 강력(强力)은 남의 침략을 막을 만하면 족하다. 오직 한없이 갖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주기 때문이다. 지금 인류에게 부족한 것은 무력도 아니요, 경제력도 아니다. (중략) 인류가 현재에 불행한 근본 이유는 인의가 부족하고 자비가 부족하고 사랑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중략) 인류의 이 정신을 배양하는 것은 오직 문화이다. 나는 우리나라가 남의 것을 모방하는 나라가 되지 말고 이러한 높고 새로운 문화의 근원이 되고 목표가 되고 모범이 되기를 원한다. 그래서 진정한 세계의 평화가 우리나라에서, 우리나라로 말미암아서 세계에 실현되기를 원한다."

 70여 년 전의 이 글이 마치 오늘의 우리에게 던지는 일대 각성과 나아갈 길에 대한 가르침으로 다가오는 이유가 무엇일까. 경제력 10위권이니 수출액이 몇 위니 하면서 국민행복지수는 꼴찌나 다름없이 낮은 이 사회를 미리 내다보신 것만 같은데….

 독립을 외치며 피투성이가 돼 쓰러진 선열 앞에 옷깃을 여미면서 맞이해야 하는 100년 만의 봄, 경제 위기, 안보 위기, 정부의 위기 등등이 고개를 들고 있지만 정작 위기는 문화적 정신적 위기라고 할 수 있다.

 인체 건강의 적신호인 조급증, 초조감, 강박증, 유연성 상실, 신경증 등은 오늘 문화의 영역에서도 똑같이 적용할 수 있다. 지금 우리는 차분함, 배려, 소통과 공감, 유연성이 사라지고 경직성, 조급함, 날선 비판의 신경과민적 상황에 빠져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위기를 낭비하지 말라’는 말이 있다. 위기는 기회라는 말과 다르지 않다. ‘지금까지 할 수 없다고 생각했던 행동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일찍이 선생은 실천적으로 보여줬고 소원이라고 했다. 100주년과 김구를 올바르게 맞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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