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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산겸(地山謙)

신용백 기자 syb@kihoilbo.co.kr 2019년 02월 13일 수요일 제10면

미국의 정치가이자 과학자인 벤저민 프랭클린. 가난한 이민자 가정에서 열일곱 자녀 중 열다섯째로 태어나 힘든 유년 시절을 보내야 했다.

 어느 날, 그는 평소 아버지에게 조심하라는 주의를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참 다른 생각을 하다가 그만 방 문지방에 머리를 크게 부딪치고 말았다.

 아파하는 아들에게 아버지는 말했다.

 "아들아 머리가 아프겠지만 오늘의 아픔을 잊지 말고 항상 머리를 낮추고 허리를 굽히며 겸손한 자세로 살아가야 할 것이다"라고 가르쳤다.

 그후로 프랭클린은 아버지가 말씀하신 ‘겸손’을 평생 교훈 삼아 살았다고 한다.

 몽골의 전통 가옥 ‘게르’, 문이 낮아 집안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허리를 굽혀야만 한다.

 물론 여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그 중 내 마음에 와 닿는 것은 집주인에게 자신을 낮추는 의미이다.

 유목민이기에 사회적 신분은 대부분 그만그만했을 것이다. 나이 등을 고려했을 때 그 주인보다 신분이 낮은 사람들만 찾아 왔을까?

 당연히 상대방을 존중하는 겸손에서 오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나는 그동안 내가 어떻게 살아 왔는지를 살펴보기 위해 스스로를 되돌아 보는 시간을 가져 본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대부분 관리·감독하는 부서에 있었고 현재 역시 따뜻한 칭찬보다는 냉정한 비평을 푸짐한 상(賞) 보다는 잘못된 부분에 대한 벌(罰)을 논하는 언론인으로 살아가고 있다.

 취재를 하는 것이 아니라 취조를 하는 것처럼 교만했던 모습이 떠오른다.

 내가 의도하는 답이 안 나오면 목소리가 커지고 고압적인 자세로 상대방에게 화를 내면서 이야기를 했던 그동안의 일들이 한편의 파노라마가 돼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불현듯 태산보다 높은 산이 가장 낮은 땅 뒤에 숨어 있다는 뜻의 지산겸(地山謙)이 생각난다.

 가장 높은 것이 가장 낮게 처신하는 겸손함이 있다면 어떤 경우에도 흉(凶)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이 주역(周易)에 있다.

 또 ‘겸손하면 그 어떤 역경도 이겨낼 수 있다’고 한다. 모두가 이 깊고 심오한 의미를 가슴 한쪽에 새겨 내가 최고라는 교만과 독선에서 벗어나 더불어 함께 잘 사는 세상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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