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평 역세권 1번지 상권으로 불리던 부평 문화의 거리에 한 옷가게<왼쪽>가 폐업을 앞두고 점포 정리 세일을 하고 있다. 동인천 역세권에서도 한 빈 가게 유리창에 임대를 알리는 문구가 적혀 있다.
▲ 부평 역세권 1번지 상권으로 불리던 부평 문화의 거리에 한 옷가게<왼쪽>가 폐업을 앞두고 점포 정리 세일을 하고 있다. 동인천 역세권에서도 한 빈 가게 유리창에 임대를 알리는 문구가 적혀 있다.
"힘들어서 장사 못 해 먹겠어요." 인천시 부평 문화의거리에서 옷가게를 하는 A(43)사장의 하소연이다.

A사장은 이곳에 새로운 삶의 터전을 잡은 ‘사업 새내기’다. 하지만 두 달 만에 폐업 정리 ‘빅세일’을 하기로 결심했다. 그는 ‘깔세’로 이곳에 들어온 데다가 장사도 안 되고, 인근 상권이 얼어붙는 바람에 한 번 망한 적이 있는 이 가게를 살리기가 힘들다는 판단이다. 깔세는 적게는 1~2개월에서 길게는 1년 단위로 가겟세를 선납하는 방식이다. 주로 건물주들이 대규모 공실률을 낮추기 위해 3~6개월 단위로 단기 임대하는 식이다.

이는 요즘 같은 불경기에 핵심 상권지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인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2017년 지역 자영업자 34만2천101명 중 폐업자 수는 4만7천993명이다. 폐업률 14.0%에 이른다. 서울(12.9%), 경기(12.6%) 등 전국(13.2%)보다 높은 수치다. 문을 닫는 지역 자영업자 중 서비스업(20.3%)이 가장 많고 소매업(18.6%), 음식업(17.3%), 부동산임대업(13.3%) 순이다.

부평 상권과 마찬가지로 동인천 지역 자영업자들도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다.

동인천역 중심가에서 15년간 분식집을 하고 있는 B(53)사장은 주휴수당 탓에 어쩔 수 없이 ‘꼼수’를 쓴다고 털어놨다. 아르바이트생들에게 지급하는 주휴수당을 피하기 위해 주말 근무를 토·일요일로 나눠서 각각 4시간씩 운영한다. 이마저도 여의치 않아서 자녀들이 주말에 와서 ‘알바를 뛴다’고 귀띔했다.

소상공인연합회가 주휴수당에 대한 소상공인의 입장을 조사한 결과, 자영업자 2천750명 중 2천636명(96.8%)이 주휴수당 지급에 큰 부담을 느낀다고 답했다. 주휴수당을 지급하지 않는 자영업자도 1천710명(64.2%)에 이른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영세 자영업자들의 이 같은 주휴수당에 대한 부담을 인지하고 있지만 주휴수당 폐지를 거부한 상황이다.

자영업자들을 힘들게 하는 것은 깔세나 인건비 인상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새 제도가 도입된 카드 수수료도 여전히 문제다.

동인천 삼치골목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C(54)사장은 가뜩이나 힘든 상황에서 카드 수수료가 사업 부담을 가중시킨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바뀐 카드 수수료는 연간 매출액 3억 원 미만의 가게는 0.8%, 3억 원 이상은 약 1.3%, 5억 원 이상은 약 1.8% 수준이다. C사장이 연간 3억 원의 매출액을 올린다고 가정하면 한 달에 카드 수수료만 수십만 원을 지출해야 하는 셈이다. C사장은 인건비와 물가 상승으로 고정비용은 갑절로 늘었는데 카드 수수료까지 물어야 하니 골치가 아프다고 했다.

지역 소상공인협회의 한 관계자는 "편의점 등은 여전히 카드 수수료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고, 3억 원 매출 미만의 영세한 가게들도 정부의 카드 수수료 인하 혜택을 크게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사진=조미르 인턴기자 jmr@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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