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4년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단원고 학생에 대한 명예졸업식이 12일 안산시 단원고등학교에서 진행되고 있다.  안산=홍승남 기자 nam1432@kihoilbo.co.kr
▲ 2014년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단원고 학생에 대한 명예졸업식이 12일 안산시 단원고등학교에서 진행되고 있다. 안산=홍승남 기자 nam1432@kihoilbo.co.kr
"나는 천 개의 바람, 천 개의 바람이 되었죠. 저 넓은 하늘 위를 자유롭게 날고 있죠."

12일 오전 4·16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안산 단원고 학생 250명의 명예졸업식이 열린 단원고 강당 단원관에는 희생 학생을 그리워하는 이들을 위로하듯 팝페라 가수 임형주가 추모곡으로 헌정한 ‘천 개의 바람이 되어’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일부 유가족은 자녀가 생전에 입던 교복을 입고 졸업식에 참석해 보는 이들을 안타깝게 했다.

이윽고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이재정 교육감 등을 비롯해 희생 학생 유가족과 생존 학생, 단원고 재학생 등 6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명예졸업식이 시작됐다. 하지만 정작 졸업식의 주인공인 학생들이 채워야 할 자리에는 명예졸업장과 졸업앨범이 노란 보자기에 싸인 채 꽃다발과 함께 놓여 있을 뿐이었다.

희생자들을 기리는 묵념이 끝난 뒤 단상 위로 올라온 양동영 단원고 교장은 "희생된 학생들을 잊지 않고 기억하겠다"며 이날 졸업을 맞은 학생 한 명, 한 명을 호명했고, 단상과 강당 양측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에는 이들의 이름과 사진이 차례로 비춰졌다.

희생 학생들의 이름이 불리자 유가족과 참석자들은 눈물을 참지 못했고, 일부 유가족은 소리를 내며 오열했다.

아이들의 졸업장을 대표로 받은 전명선 4·16세월호가족협의회 전 운영위원장은 회고사를 통해 "살아 있었다면, 세월호 참사가 없었다면 대학 졸업반이 됐을 우리의 아들딸, 사랑하는 아이들 없이 엄마와 아빠들은 공허한 마음으로 오늘 이 자리에 있다"며 유가족들의 마음을 전했다.

이어 "그동안 부모들은 단원고와 교육청에 의해 제적됐던 아이들의 명예 회복과 기억교실 보존 및 학교 내 추모 조형물 조성을 요청했는데, 명예졸업이라는 학적부가 신설되고 기간제 교사의 순직이 인정되는 등 대부분의 요구가 실현돼 졸업식을 요청했다"고 명예졸업식을 열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희생 학생들의 후배인 10회 졸업생 이희운 씨의 ‘졸업생의 편지’ 낭독과 선배들을 기리는 단원고 재학생들의 합창이 끝난 뒤 유가족들 앞에 선 유 장관은 "부모님들을 뵙고 인사 드리겠다 생각하고 왔는데 어떤 말씀을 드릴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아직 우리가 해결해야 할 많은 일이 남은 것을 알고 있다. 부총리로서, 장관으로서 할 수 있는 역할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교육감도 "교육이 교육답고 국가가 책임을 다했다면 이런 비극은 없었을 것"이라며 "250명 학생 한 분, 한 분의 이름과 꿈을 경기교육에 남기겠다"고 말했다.

안산=박성철 기자 psc@kihoilbo.co.kr

전승표 기자 sp4356@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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