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자치단체의 해외 출장보고서 베끼기가 도를 넘어선 것으로 드러났다.

12일 시민단체 ‘주민참여’가 각 지자체로부터 제출받은 여시재포럼 관련 출장보고서에 따르면 인천시 중구와 서울시 노원구 등의 보고서가 거의 일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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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 기호일보 DB

여시재포럼은 지난해 11월 3일부터 5일까지 중국 베이징(北京)시에서 ‘신문명도시와 지속가능발전’이라는 주제로 열렸다. 인천시 중구에서는 구청장과 팀장 등 2명이 참석했고, 서울시 노원구에서는 구청장과 과장, 주무관 등 3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출장을 다녀온 후 보고서를 작성했다. 국가공무원 복무규정에 ‘공무국외출장자는 30일 이내에 공무국외출장 결과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고 돼 있기 때문이다.

규정에 따라 양 기관은 보고서를 내놓았지만 문제는 지나치게 내용이 유사하다는 것이었다.

양 기관의 보고서는 ▶연수 개요 ▶연수 내용 ▶연수 후기 등으로 구성됐다. 이 중 포럼에 참석한 이유이기도 한 기조연설과 세션강연, 특별대담 등에 대해 기록한 ‘연수 내용’ 부분이 거의 똑같았다. 각 기초단체의 여건에 따라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내용이 다를 법한데도 말이다.

‘웰컴세션’의 주요 내용을 보면 양 기관은 ‘가장 많은 사람들이 위협받는 도시를 행복한 도시로 만드는 일이 중요’, ‘테크놀로지를 앞세우기보다는 인간적이고 자연적인 환경을 도시에 제공해야 함’이라고 동일하게 썼다. 또 ‘신문명도시 건설을 위한 방안 집중 논의 세션’에 대한 내용 중 인천시 중구는 ‘항저우의 시티브레인은 교통 분야에서 신호등을 제어’라고 썼고, 서울시 노원구는 ‘항저우의 시티브레인은 교통 분야로 인공지능이 신호등을 통제’라고 써 단어 하나만 차이가 났다. 보고서에 첨부된 사진도 각도와 구도가 비슷했다.

최동길 주민참여 대표는 "시민혈세로 다녀온 양 기관의 출장보고서를 확인한 결과, 문장 부호 위치까지 거의 흡사했다"며 "더구나 보고서는 포럼 진행 순서만을 단순히 나열하고 작성한 것에 지나지 않아 문제"라고 지적했다.

인천시 중구 관계자는 "다른 기초단체의 보고서를 공유받아 작성했다"며 "포럼을 열심히 듣긴 했지만 구청장과 함께 저만 출장을 가다 보니 여러 가지 챙길 것들이 많았고, 보고서 작성 당시에는 연말이라 바빠 미흡했던 부분이 있었다"고 답했다.

전 서울시 노원구 관계자(현재 중랑구 근무) 역시 "다른 기초단체의 보고서를 공유받았는데, 요약이 잘 돼 있어 인용했다"고 말했다.

조현경 기자 cho@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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