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여성이고, 독립운동가입니다
심옥주 / 우리학교 / 1만3천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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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3·1운동 100주년이 되는 해지만 유관순 열사 말고 떠오르는 여성 독립운동가가 거의 없다. 이 때문에 독립운동은 주로 남성들이 이끌고 활동했던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 3·1운동이 남녀노소 구분 없이 모두가 하나의 마음으로 함께 했던 시민혁명이었음에도 여성 독립운동가에 관해서는 모르고 지내온 것이다.

 이 책의 저자 심옥주는 여성독립운동연구소 소장이자 대통령 직속 3·1운동 및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사업추진위원회 위원이다. 그는 독립운동과 관련한 연구활동을 하며 잊힌 여성 독립운동가들 각자의 이름을 되찾아 주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제까지의 역사가 남성 위주로 주로 기술돼 왔다는 이유에서다. 그렇기에 여성의 역사가 어떤 맥락에서 이어져 왔고, 어떤 성격을 가지고 있으며, 그들은 어떤 활동을 했는가는 중요한 문제일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특히 한국 여성의 역사를 통해, 여성 독립운동사를 통해 잊힌 것들을 되새기고 새로운 의미를 찾아내는 일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힘주어 말한다. 이에 대한 관심이 곧 한국 역사를 바로 세우는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이 책은 유관순을 비롯해 그의 스승 김란사를 소개하고 신사참배에 맞선 교사 김두석, 독립운동을 위해 자신의 생을 과감히 바친 수피아여학교 교사 박애순, 조국의 독립과 성장에 대해 끝없이 고민한 황에스더, 제주 최초의 여학교에서 공부한 뒤 독립운동 활동에 적극적으로 임했던 최정숙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또 최초의 여성 의병장 윤희순, 국내뿐 아니라 국외에서도 활발히 활동한 김마리아와 권기옥, 차미리사, 나혜석 등을 통해 끊임없는 도전을 했던 여성 독립운동가들의 활약을 살펴본다.

 이 책은 국내뿐 아니라 세계 곳곳으로 확산된 항일운동의 여러 모습을 들여다보면서 일제강점기 민족 독립을 위해 싸웠던 여성 독립운동가들의 행적을 찾아나간다. 우리나라 최남단에 위치해 일제의 잦은 약탈과 억압을 받았던 제주부터 저 멀리 하와이, 가깝게는 서대문형무소 공간에 갇혀 있으면서도 현실에 굴복하지 않고 구국운동을 펼친 여성 독립운동가들의 간절한 외침에 귀를 기울인다.

 저자는 소개한 여성들 외에도 더 많은 이들이 조국의 독립을 위해 활약했음을 잊지 않는다면 지금 여기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삶 또한 조금 더 단단한 역사의 순간들로 채워지지 않을까 하고 기대한다.

글자 풍경
유지원 / 을유문화사 / 1만5천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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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타이포그래피 연구자 유지원이 세계 여러 글자에 아로새겨진 사람과 자연, 역사와 문화 등을 들려주는 글자 인문학 서적이다.

저자는 디자이너의 시선에만 머물지 않고 예술과 과학, 철학 등 다양한 학문의 경계를 자연스럽게 넘나들면서 다각도로 글자 형태가 품고 있는 스물일곱 가지 세상을 보여 준다. 나아가 저자가 직접 만든 그래픽이나 현장에서 찍은 사진 등 국내에서 보기 드문 도판을 대거 곁들여 이야기뿐만 아니라 시각적 재미까지 더한다.

책은 크게 4부로 구성된다. 1부에서는 유럽과 아시아의 글자 풍경을 다룬다. 2부에는 한글 및 한국인의 눈과 마음에 담긴 풍경을 담는다. 3부에서는 우주와 자연, 과학과 기술에 반응하는 글자들을 이야기한다. 4부에는 바흐의 자필 악보와 윌리엄 모리스가 디자인한 책 「세상 너머의 숲(The Wood Beyond the World)」, 그리고 가와세 하스이의 우키요에와 청사 안광석의 전각 등을 통해 종이에 남겨진 자국과 흔적을 사색하는 시간을 갖는다.

미루기의 천재들
앤드루 산텔라 / 어크로스 / 1만3천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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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뢰받은 지 25년 뒤에야 그림을 납품하며 세기의 명작 ‘암굴의 성모’를 남긴 레오나르도 다빈치, 8개월 동안 소포 보내기를 미루다가 인간의 비합리적 행동을 다루는 행동경제학의 대가가 된 조지 애컬로프까지. 저자는 미루기의 심연 속에서 역사에 남을 위대한 성취를 탄생시킨 천재들의 이야기를 조명하며 미루기가 가진 아이러니한 본질에 성큼 다가선다.

 때때로 불안과 초조함은 창작의 연료가 되고, 꾸물거리고 빈둥거리는 시간은 창조적 영감의 원천이 된다. 저자는 다양한 거장들의 삶을 경유하며 미루기가 수동적인 회피의 결과가 아니라 적극적 선택의 결과일 수 있음을, 천재성을 포함한 개인의 고유한 개성과 분리될 수 없는 특질임을 역설한다.

 또 미루는 습관과의 전쟁을 선포했던 심리치료의 역사부터 ‘자기계발’이라는 미명 아래 시작된 끊임없는 자책과 자기 검열의 역사까지 고루 살피며 우리 시대의 ‘효율성 숭배’에 관해 반문한다.

조현경 기자 cho@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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