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이나 의원들이 해외 연수나 출장을 다녀오면 반드시 보고서를 제출하도록 돼 있다. 출장 가서 배운 내용을 실무에 활용하자는 취지이나 실상은 보고서가 엉터리로 만들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시민단체 ‘주민참여’가 각 지자체로부터 제출받은 한 출장보고서에 따르면 인천시 중구와 서울시 노원구 등의 보고서가 거의 일치하는 등 베끼기가 도를 넘어선 것으로 드러났다는 보도다. 규정에 따라 양 기관은 보고서를 내놓았지만 각 기초단체의 여건에 따라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내용이 다를 법한데 지나치게 내용이 유사한 것은 물론, 문장 부호 위치까지 거의 흡사한 데다 행사 진행 순서만을 단순히 나열하고 작성한 것에 지나지 않아 알맹이 없는 보고서라는 지적이다. 바빠서 작성이 미흡했다는 변명은 궁색하기 짝이 없다.

 해외 출장 후 의무적으로 제출해야 하는 공무국외활동보고서를 이번처럼 타 기관의 것을 베끼거나 인터넷에서 떠도는 자료로 짜깁기하는 등의 부실 보고서가 나오는 이유는 목적에 맞지 않는 출장 탓이다. 공무라고 하지만 해외출장 일정표를 보면 ‘패키지 관광’과 다를 것이 없고, 보고 배운 게 없으니 제대로 쓸 내용이 없는 게 당연하다. 비단 이번의 경우만이 문제는 아니다. 부실 보고서 예는 공무원이나 지방의회 의원이나 가릴 것 없이 지난 수년간 지적을 받아온 사안이지만 여전히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따라서 보고서 제출기한을 어기거나 보고서 내용이 부실한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해외연수에 사전·사후평가가 가능하도록 절차와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그래야 끊임없는 외유 출장 논란을 잠재울 수 있다.

 이제는 해외 출장이나 연수라는 허울 좋은 이름으로 관광이나 다니는 행위 자체를 없애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국외 출장과 관련한 모든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돼야 한다. 불확실한 해외 연수 계획이나 엉터리로 보고서를 내는 등 잘못된 관행을 방지하고 출장이나 연수가 적절한지 아닌지에 대해 평가하고 심의해야 할 심사위원회가 제대로 기능하도록 제도를 보완·강화해야 한다. 시정을 보완하고 시민의 삶을 개선한다는 목적만 타당하다면 국외 출장을 반대할 이유가 없다. 공무원과 의원들이 관행이란 이름으로 시민 혈세로 관광 목적의 해외여행을 다니는 건 아닌지 시민 모두가 꼼꼼히 살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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