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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종현 국민대 겸임교수
# 베트남 국명의 유래 

베트남은 흔히 월남(越南)이라고도 불리는데 국명의 유래에는 여러 이설이 존재한다. 그 중 가장 유력한 설은 춘추전국시대에 당시 소주(蘇州) 중심의 강력한 국가인 오(吳)나라에게 패한 월(越)나라 왕 구천(句踐)은 와신상담(臥薪嘗膽)의 결의 속에 오나라의 눈을 속여 군사력을 강화해 자신을 살려준 오나라 국왕 부차(夫差 BC 496~ BC 473 재위)를 물리치고 지금의 상해(上海) 일대를 평정한 지역의 패자로 등장한다. 그러나 이같이 강성한 월나라도 국력이 점차 기울어 BC 306년 초(楚)나라에게 패하며 사라지게 된다. 대부분의 백성은 초나라에 흡수됐으나 일부 세력은 남하해 한나라의 한무제 이후에는 중국 남부 광동(廣東)지역에서 물러나 지금의 인도차이나 반도에 정착한다. 국력이 약한 베트남은 청나라의 조공국가로 청나라에게 국명으로 남월(南越)을 승인 요청했으나, 청나라는 월나라의 정통성은 청나라에 있어 승인을 거부하고 대신 앞뒤를 바꾼 월남(越南)으로 승인해 오늘에 이른다고 알려진다.

 월남의 현지 발음에서 유래한 베트남은 이데올로기 전쟁 중 한국군이 참전하는 등 불행한 과거를 딛고 한국의 국제결혼에서 가장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음은 물론 삼성전자는 베트남 전체 수출의 25% 이상을 차지하는 등 지금은 한국의 중요한 파트너 국가로 자리 잡고 있다. 춘추전국시대부터 월나라 사람들은 자신을 살려준 오나라에게 복수하는 와신상담(臥薪嘗膽)의 고사에서 보듯이 신의가 부족하나 실리에 매우 밝은 사람들로 묘사되는 점은 뛰어난 상인정신을 지칭하는 것으로 지금도 중국 전체의 상권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온주(溫州)상인은 당시 월나라의 핵심지역이며, 상해사람들을 중국인들이 정명(靜明, 영리하고 계산이 밝음)하다고 평하는 것은 이재에 밝고 생활력이 강한 월나라 사람들의 특성을 잘 나타내고 있다.

# 세계의 공장을 꿈꾸는 경제 발전

 이 같은 역사적 뿌리에 근거해서인지 베트남 민족의 상인정신은 세계 도처에서 위력을 발휘해 베트남 경제발전의 중요한 동인으로 작동하고 있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베트남은 최근 미·중 간 패권갈등으로 세계의 공장으로 자리잡은 중국의 많은 공장이 이전해 서서히 제조업 강국으로 부상하고 있으며, 삼성의 주력 공장은 물론이고 봉제, 신발, 섬유 분야는 이미 세계의 공장으로 확고히 자리잡고 있다. 1인당 국민소득은 2018년 현재 약 3천 달러 수준으로 한국의 1980년대 초 수준이지만 급속한 경제발전과 외국투자(FDI, Foreign Direct Invest)유입으로 매년 7% 이상의 경제성장을 기록하는 등 경제 활력도는 매우 역동적이다.

 최근 서울대 교수 출신 경제보좌관이 한국의 50~60대에게 박항서 축구감독의 베트남에서 성공을 언급하며 헬조선 등 SNS 댓글의 소모적 활동보다는 기회의 땅에서 한국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새로운 도전이 필요하다는 언급을 했는데 이 부분이 전 국민의 공분을 야기해 대통령이 즉시 경제보좌관의 사표를 수리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특히 베트남 경제수도인 남부의 호찌민은 전통적 도심인 1군의 낙후된 도시인프라를 극복하고자 1군의 강 건너인 투티엠 지역에 한국의 강남 개발에 비견되는 신도시 개발 계획을 추진해 하루가 다르게 스카이 라인이 변모하고 있으며, 수많은 한국 건설 기업과 눈치 빠른 한국인 개인 투자자들의 투자 유망지역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 전통적 문제를 슬기롭게 극복하는 중

 2010년 정도까지만 해도 베트남은 특별한 산업은 별로 존재하지 않았으며, 대규모 건설 프로젝트에는 의례 공무원 뇌물, 섹스 관광, 한국 투자기업의 불공정 노동 관행 등 어글리 코리안의 상징처럼 비쳐진 베트남의 산업 인프라는 하루가 다르게 변모하고 있다. 같은 공산주의 체제하에서 개혁개방을 추구하면서도 중국과는 국경분쟁, 해상 영토분쟁 등에서 분명한 대립각을 보이고 있으며 오히려 통일 과정에서 전쟁을 치른 미군이 중국의 해상 패권 확대에 대한 견제를 위해 북부 항구도시인 하이퐁에 사실상 주둔(3개월 단위의 임시 합동 군사 형태이지만 훈련 종료 후 다른 부대의 재투입으로 사실상 주둔에 준함)해 미국과 군사동맹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중국은 인터넷을 철저히 통제해 자유 커뮤니케이션의 상징인 구글, 유튜브, 페이스북 사용을 불허하는 등 철저한 정보 검열로 미중 간 주요 무역 분쟁 이슈로 부각되는 반면 베트남은 개인 커뮤니케이션을 사실상 완전 개방해 IT분야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찾고 있고 어디를 가나 와이파이가 가능한 도시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

# 젊은 층의 창업 열풍과 건전한 동아리 문화

 나는 최근 베트남 호찌민을 방문해 창업 지원 기구인 BSSC(Business Startup Support Center)와 한국 자산 운용사인 FIDES사를 방문했는데 한국 본사에서 파견된 한국인 직원의 반응이 흥미롭다. 나의 자녀 또래인 30대 초반의 한국에서 파견된 직원들은 우수 인재 중심의 창업 문화 선도로 스타트업 기업 대표의 평균 연령은 30대 이하로 매우 역동적이라는 지적은 안정된 직장을 선호하는 한국 젊은이들의 공무원 열풍과 크게 비교됐다. 또한, 베트남의 젊은 층들은 자신의 관심 분야에 따라 다양한 동아리 활동으로 창업 관련, 관심 분야별로 활발한 토론 문화를 보이고 토론 종료 후 축구, 농구 등 운동 등을 통한 팀빌딩 활동 등 건강한 문화가 형성돼 있음을 한국에서 파견된 직원들은 공통적으로 부러워하고 있었다.

 한국에서 젊은 층 놀이 문화는 토론과 운동은 시들해진 지 오래이고 인터넷 게임 혹은 홍대의 클럽 등 놀이, 퇴폐적 유흥문화로만 흐른 현실의 이면에는 토론은 필연적으로 정치적 논쟁으로 비화되기 십상이어서 한국의 젊은 층들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 토론을 회피하는 트렌드로 나타나는지도 모르겠고, 이는 어쩌면 기성세대가 책임져야 할 문제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베트남 경제발전에는 이 같은 젊은층의 건강한 토론문화가 뒷받침하고 있다는 느낌이 출장기간 중 늘 머리에 남았고 한국의 젊은 스타트업 기업의 토론문화를 포함한 건강한 문화 형성을 위해 50~60대의 할 일이 무언가를 고민해 보는 시간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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