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입 단계부터 무용지물이라는 지적을 받았던 ‘보육교직원 휴게시간 보장’ 지침<본보 2018년 7월 3일자 19면 보도>이 결국 보육교사와 어린이집 간 갈등을 불러왔다. 휴게시간 명목으로 지불되지 않은 임금을 제대로 받도록 해 달라는 게 보육교사들의 목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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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 서구 A어린이집에서 근무하다 해직된 교사 2명은 지난 11일부터 중부고용노동청 인천북부지청 앞에서 번갈아 1인 시위를 진행 중이다. 시위는 "사용하지 않은 휴게시간에 대한 체불임금 진정을 제대로 조사해 달라"는 내용이다.

이들은 지난해 11월 28일과 29일 노동청에 체불임금 진정을 넣었다. 휴게시간에 제대로 쉬기는커녕 각종 잔업을 처리했음에도 오히려 해당 시간에 대한 급여를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보육 등 사회복지사업이 휴게시간 특례업종에서 제외되면서 지난해 7월부터 보육교사도 점심시간이 휴게시간으로 정해졌다.

하지만 이들은 A어린이집의 경우 지금까지 보육교사들이 점심시간에 제대로 쉰 경우는 일주일에 고작 2일 정도라고 한다. 대부분 보육교사들은 점심시간에 원아 식사 지도, 밀린 행정 및 서류 업무, 당번을 맡은 각종 청소 등으로 쉬지 못했다. 잠을 자지 못하거나 아픈 원아가 있으면 곁에 두고 돌봐야 했다. 사실상 서류에만 존재하는 ‘무늬만 휴게시간’이었다는 얘기다.

이들은 앞서 A어린이집으로부터 시간외 근무수당 부정 지급에 대한 내부 고발자로 지목을 받았다. 여기에 이번 진정 건까지 겹치면서 결국 지난해 12월 31일 해직됐다.

이들은 13일 "어린이집에 만연한 가짜 휴게시간을 바로잡고, 그 시간에 한 노동의 대가를 사용자에게 청구하고자 진정을 넣은 것"이라며 "1인 시위 역시 보육교사들이 제대로 휴게시간을 사용하지 못하고, 정당한 휴게시간에도 쉬면서 눈치를 봐야 하는 근무환경 및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자 거리로 나왔다"고 했다.

노동청 관계자는 "진정을 넣은 보육교사들을 지난 12일 만나 처리 진행상황 등에 대해 설명해 수긍했고, 이와 별개로 보육교사들의 처우 개선 등을 위해 시위를 이어가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번 진정 건 외에도 휴게시간을 제대로 보장받지 못했으니 임금을 지급해 달라는 내용의 민원이 종종 접수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희연 기자 khy@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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