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입 단계부터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았던 ‘보육교직원 휴게시간 보장’ 지침이 결국 보육교사와 어린이집 간 갈등을 불러왔다. 휴게시간 명목으로 지불되지 않은 임금을 제대로 받도록 해 달라는 게 보육교사들의 목소리다.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보육 등 사회복지사업이 휴게시간 특례업종에서 제외되면서 지난해 7월부터 보육교사도 점심시간이 휴게시간으로 정해졌지만 제대로 쉬기는커녕 각종 잔업을 처리했음에도 오히려 해당 시간에 대한 급여를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질 높은 영유아 교육을 위해 교사 휴게시간은 필요하지만 아이들을 두고 휴식을 취하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물론 보육교사의 휴식 권리를 보장해 현장에서 근무 질을 높이겠다는 정부의 취지에는 적극적으로 동의한다. 하지만 어린이집에서 보육교사와 아이들은 잠시도 떨어질 수 없을 정도로 밀착돼 있어 보육교사가 휴식 시간을 갖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대부분 보육교사들은 점심시간에 원아 식사 지도, 밀린 서류 업무처리, 청소 등으로 제대로 쉬지 못한다. 잠들지 못하거나 아픈 원아가 있으면 곁에 두고 돌봐야 한다.

 보육교사 업무 특성을 반영하지 않고 휴게시간 사용만을 의무화하는 일방적 정책 시행은 부작용을 가져올 수밖에 없다. 물론 정부는 대체교사와 보조 인력을 투입한다고 하나, 현장에는 터무니없이 부족해 실효성 논란도 대두되고 있다. 자칫 짧은 시간이라도 보육 공백이 생기거나, 대체교사의 단시간 보육은 아이의 정서적 안정감을 방해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아이들도 교사도 학부모도 행복하지 않은 휴게시간이 될 수밖에 없다.

 보육교사의 근무환경이 변화하려면 어린이집 운영 조건과 과도한 행정 업무로 인한 어려운 현장 근무조건 등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한시도 눈을 뗄 수 없는 게 보육현장이다. 보육교사들은 휴게시간 동안 책임소재 논란과 휴게시간 후 업무 가중 등의 이유로 휴식 대신 여전히 아이들 돌보기를 자처하고 있다. 정부는 노동시간 단축의 취지를 제대로 반영하는 것은 물론, 보육교사의 쉴 권리를 제대로 지킬 수 있도록 제도와 인력· 예산, 그리고 사회적 환경 조성을 서둘러야 한다. 그래야 보육교직원의 휴게시간에 대한 학부모의 염려를 잠재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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