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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영화는 사운드 기술의 도입으로 본격화됐다. 1927년 워너브라더스사에서 ‘재즈 싱어’라는 음악영화를 선보인 후 소리의 특징을 극대화한 뮤지컬영화는 가장 대중적인 장르로 자리잡는다. 1929년 한 해 동안 50여 편이 넘는 뮤지컬영화가 등장할 만큼 그 인기는 절대적이었다. 1930년대부터 1950년대까지, 할리우드의 황금기는 뮤지컬의 전성기와도 일치한다.

 눈을 뗄 수 없는 화려한 안무와 함께 뛰어난 노래실력을 선보이는 몇몇 배우들은 스타덤에 오르게 되는데, 그 대표적인 예가 프레드 아스테어와 진 켈리다. 1930∼40년대는 신사적이고 우아한 프레드 아스테어가 이끈 시기였다면 1950년대는 관능적이고 아크로바틱한 스타일로 진 켈리가 왕좌를 차지한 시대라 할 수 있다. 오늘 소개하는 ‘밴드 웨건’은 당시 54세였던 아스테어가 은퇴 선언 후 복귀한 영화로 배우의 자전적인 이야기가 녹아 있는 작품이다.

 영화는 경매장에서 시작한다. 시대를 풍미한 배우 토니 헌터의 상징과도 같은 중산모와 지팡이가 경매장에 나왔지만 누구도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사람들은 바로 옆에 앉은 토니도 못 알아본 채 ‘이제 그 배우는 한물갔다’는 식의 대화를 주고받는다. 자신을 고대 화석이나 지난 시대의 유물로 취급하는 세간의 인식에 씁쓸함을 금할 수 없던 토니에게 절친한 극작가가 뮤지컬 한 편을 제안한다. 브로드웨이 최고의 연출가와 신예 스타 가브리엘 그리고 왕년의 스타 토니가 참여한 이 작품은 금세기 최고의 명작이 될 거라는 기대와는 달리 대실패로 막을 내린다.

 하지만 토니는 실의에 빠지는 대신 거창한 메시지와 지나치게 무거운 분위기는 걷어내고 소박하고 밝은 색채의 작품으로 뮤지컬을 재정비한다. 이로써 배우 토니 헌터는 지난 시대의 아이콘이 아닌 진정한 엔터테이너의 모습을 유감없이 발휘하며 재기에 성공한다.

 영화 ‘밴드 웨건’은 은퇴 위기에 놓인 배우가 옛 명성을 찾아가는 성공 스토리 속에 춤과 노래를 자연스럽게 결합한 백스테이지 뮤지컬이다. 이 작품은 실제 배우의 삶과 중첩돼 많은 울림을 준다. 말쑥하게 연미복을 차려 입은 신사의 모습으로 우아함과 품위를 보여 주던 프레드는 20여 년간 30여 편의 뮤지컬을 통해 대중과 교감했다. 하지만 세월 앞에 그 어떤 것도 영원할 수 없듯이 그의 인기도 계속될 수 없었다. 관객들은 기품 있는 젠틀맨보다는 남성미 넘치는 동작으로 시선을 사로잡는 새로운 스타에 이미 열광하고 있었다.

 이 작품은 이런 변화된 세상에 적응하고자 하는 아스테어의 모습을 토니에게 투영한다. 급작스럽게 변화의 모든 부분을 수용하려던 초반, 토니는 주변과 갈등을 빚고 자신만의 장점마저 잊는 채 빛을 잃어가지만 작품의 후반부 성공의 시점에는 새로운 스타일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소화해 누구도 따라 하지 못할 매력적인 무대를 선사한다. 1960년대에 이르면 뮤지컬 장르는 스크린에서 밀려나게 되지만 프레드 아스테어는 뮤지컬 시대의 대명사이자 전설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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