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전국 표준지 50만 필지의 공시지가가 공개됐다. 땅값을 산정할 때 기준이 되는 토지를 표준지라고 한다. 부동산과 관련 ‘실거래가’는 실제 거래되는 가격을 의미한다. 부동산을 사고 팔았을 때 내는 세금, 양도세와 취득세의 부과기준이 된다.

 ‘공시가격’은 거래 시점 말고 재산으로 보유하고 있을 때 부과하는 세금 기준으로, 정부와 자치단체가 산정한다. 표준지 공시지가가 발표되면 지자체가 나머지 개별 토지에 대한 공시지가를 매기게 된다.

 표준지 공시지가는 2월 중에 공시되고 개별 공시지가는 5월 31일까지 결정돼 발표된다. 올해 발표된 표준지 공시지가에서 전국 땅값은 평균 9% 넘게 올랐다. 11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 폭을 기록했다. 서울 강남은 23%가 상승했다. 소위 노른자위 땅이 집중적으로 올랐다.

 공시지가가 발표된 뒤 정부는 그동안 시세가 급등했거나 저평가됐던 토지를 중심으로 현실화, 형평성을 강화했다고 밝혔다. 반면, 서민들이라든가 자영업자가 활용하는 토지에 대해서는 상승 폭을 최소화했다고 전했다. 비싼 땅일수록 시세에 맞춰 공시지가를 현실화했다는 것이다. 그 결과, 전국에서 가장 비싼 서울 명동 네이처리퍼블릭 땅은 ㎡ 당 1억8천여만 원으로 가격이 두 배로 급등했다.

 표준지 공시지가가 크게 오르면서 세금 부담이 늘게 됐다. 서울 주요 상권의 경우 보유세 부담이 상한선인 50%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건물주의 부담이 커지면서 이 곳의 상인들은 깊은 한숨도 커지고 있다. 임대료 상승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큰 부담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일부 비싼 땅을 제외한 나머지 표준지 99.4%의 상승률은 7.29%에 그쳤다는 이유에서다. 서울 주요 상권은 비싼 땅인 만큼 대체로 화장품, 의류 등 유명 브랜드 매장이 들어와 있어 보유세 상승분이 임대료에 반영되더라도 지불 능력이 부족한 곳이 아니라는 게 중론이다. 반면 영세 자영업자를 배려해 전통시장은 인상 폭을 적게 했고 일부는 내리기도 했다. 실제 안성시장 필지는 일부 동결됐고 서울 중구 중부시장 일부 필지는 지난해 720만 원에서 올해 706만 원으로 1.9% 내렸다.

 경제가 어렵다는 것이 대부분 국민들의 목소리다. 전국 주요 상권의 임대료 상승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과도한 인상 요구 등 건물주들이 언제까지 ‘갑’의 위치에 있을 수만은 없다. 시장 상황도 좋지 않고 자영업 경기도 나쁘다.

 이번 정부의 공시지가 현실화 정책이 건물주와 자영업자가 함께 지금의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데 초석이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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