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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전오 인천연구원 연구위원
지금으로부터 20여 년 전인 2000년 어느 봄날, 바다 한가운데에 있는 거대한 모래섬이었던 송도국제도시에 왔었다. 대학원생으로서 해안매립지 토양과 수목 적응 실험을 위해 찾은 송도 2·4공구는 해양 준설토를 펌핑해 매립한 곳으로 검고 칙칙한 갯벌색 모래들이 날리는 황량한 곳으로 사막을 연상케 했다. 지평선이 보일 듯 까마득한 준설토 매립지 위에는 이제 막 기초를 닦고 있는 건물이 한두 채 있을 뿐이라 오늘날 보여지는 송도국제도시처럼 될 것이라고는 상상하기 어려웠다. 소금기를 잔뜩 머금은 모래땅에, 여기저기 빗물이 고이는 개흙에 나무들이 잘 자랄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앞섰다. 해안매립지에서 나무가 살기 어려운 여건은 너무나도 많았다. 그 중 핵심적인 것은 토양내 염분, 높은 지하수위(염수), 배수불량, 건조 피해, 유기물 부족, 날리는 모래, 강한 바람 등이라 할 수 있다.

 바다 밑 펄과 모래를 펌핑해 매립했으니 토양 내 염분이 많은 것은 기본이고 펌핑과 함께 들어온 바닷물이 높은 지하수위를 형성해 모세관현상으로 나무 뿌리에 피해를 줄 것이라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는 부분이다. 토양을 분석해보면 준설토 매립지는 펄(점토)보다는 모래 성분이 많은 것이 일반적인데 일부 지역에는 펄이 집중될 수 있기 때문에 물 빠짐이 나빠 나무가 숨을 쉴 수 없어 죽게 된다. 반면 모래 성분이 많은 곳은 물빠짐이 심해 건조해지고 수분부족으로 나무가 타격을 받게 된다.

 여기에 더해 해안가는 바람이 많이 불기 때문에 건조 피해는 한층 가중된다. 해안가 바람은 소금기를 머금은 모래바람을 일으켜 나무의 숨구멍을 막거나 농도 장애를 일으켜 잎을 마르게 한다. 모래흙인 준설토는 유기물이 거의 없고 외부에서 가져온 흙들도 지하철 공사장이나 건설 현장에서 퍼온 흙이라 양분이 거의 없어 영양실조에 걸리기 딱 좋은 상태가 대부분이다. 이렇게 열악한 송도 땅이 오늘처럼 푸르러졌다는 것은 지금까지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많은 예산이 투입된 결과라 하겠다.

 송도매립지 조성 후 20여 년이 흐른 지금 우리는 해안매립지 토양과 수목 식재에 대한 연구를 바탕으로 한 이론 구축과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기술축적이 됐는지 되돌아봤으면 좋겠다.

 송도매립지에 앞서 영종도 신공항 매립지 조성이 있었고 이후에는 새만금매립지가 조성 중에 있다. 수년 전 새만금매립지 관련 회의에 참석해 본 경험으로는 해안매립지 토양과 수목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와 기술 축적이 제대로 이루어진 것 같지 않아 보였다. 국내 연구자들은 연구비가 있을 때 한시적으로 연구에 참여하고는 과업이 끝나면 추가적인 연구를 크게 진척시키지 않는 모습을 보여왔다. 그것은 대학이나 정부 연구기관이나 크게 차이가 나는 것 같지 않다. 한 분야를 20∼30년 이상 꾸준히 연구하는 연구자가 국내엔 드물다. 준설토를 매립한 후 배수가 잘되게 고랑을 만들고 수로를 정비한 다음 주기적으로 땅을 뒤집어주면서 석고가루를 뿌려주면 빗물에 의해 토양 염분이 저감되고 수년 후에는 준설토에 바로 나무를 심을 수 있다는 것이 일본 자료에 나와 있었다. 그러나 실제로 연구를 통해 증명해보지 못했다. 아쉽게도 연구 여건이 갖춰지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준설토 매립 후 토지를 분양하고 바로 건설사업에 들어가야 하는데 한가하게 연구나 하고 있을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20여 년 전에 참여했던 연구에서 해안매립지 토양과 수목 적응과 관련된 다양한 주장이 상충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어느 것이 정답에 가까울지 너무나 궁금했다. 지금 우리가 중요하게 봐야 할 점은 송도국제도시는 많은 공구로 나눠져 있기 때문에 매립 후 20년이 넘은 공구가 있는가 하면 11공구처럼 지금 매립이 진행되고 있는 공구도 있다.

  즉, 지난 20여 년이 한 장소에 함께 있는 것이다. 따라서 토양전문가와 수목전문가들이 모여 해안매립지에 대한 종합적인 연구를 진행할 것을 제안하고 싶다. 해안매립이 생태계 훼손 문제를 야기하기 때문에 앞으로 대규모 해안 매립지 조성은 많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되지만 현재까지 진행된 해안매립지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와 항로 준설 등으로 인해 부득이하게 만들어질 준설토 매립지를 위한 훌륭한 지침이 돼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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