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순목 여의도연구원 정책자문위원.jpg
▲ 홍순목 PEN리더십연구소 대표
졸업시즌이다. 나는 학교 운영위원장으로 서인천고등학교 졸업식에 참석했다. 학부모들은 꽃다발을 들고 졸업식장을 찾아 지난 3년간 교육과정을 잘 마친 학생들을 축하하고, 교장선생님은 상급 학교로 혹은 사회로 진출하는 제자들에게 바르고 훌륭한 사람이 되기 위한 조언으로 첫째, 둘째, 셋째를 나열하며 자신이 경험하고 생각해온 지혜를 마지막으로 전하고자 한다. 학생들은 선생님, 친구들과 이별을 아쉬워하며 기념사진을 찍기 위해 이곳저곳을 찾아 포즈를 취하기에 여념이 없고, 후배들은 졸업하는 선배들을 축하하기 위해 화려한 공연을 펼친다. 한 시간 안쪽의 화려한 졸업식은 이렇게 박수와 환호 속에서 한 치의 착오도 없이 착착 진행된다.

 여기까지가 겉으로 보여지는 고등학교 졸업식 풍경이다. 하지만 인천의 일반고등학교를 졸업한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대부분 곧 암울한 현실을 마주하게 된다. 대학교로 진학하는 학생들에게는 좁은 취업문 앞에 좌절감을 피력하는 선배 대학생들의 소식을 접하고는 이내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불수능으로 일컬어지는 수학능력시험 앞에 좌절돼 재수를 선택한 학생들 또한 마음이 편하지 않다. 어쩔 수 없이 사회로 밀려나가게 된 다수의 학생들 또한 불안한 국제정세와 국내 경기 상황 앞에서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미래에 대한 희망과 도전으로 충만해야 할 젊은이들이 마주하는 절망감과 불안감은 도대체 누구의 잘못으로 기인된 것일까? 학부모들의 잘못인가 아니면 학생들 본인의 잘못인가? 이는 기성세대들의 잘못이다. 대학에 진학한 학생들도, 실패를 딛고 다음을 준비하는 학생들도, 사회에 진출하는 학생들도 모두가 그 선택에 따른 가능성과 보상을 예측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 내는 것은 기성세대의 의무가 아닌가?

 정부는 최소한 수요 공급의 균형점에서 임금이 결정되도록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자율결정 기능에 역행하는 과도한 개입을 통해 인력시장을 교란하고 있다. 기업은 주주와 노동자 사이에서 적절하게 그 과실을 나누기보다는 과도하게 주주이익에 부합하는 신자유주의를 고집하고 있다. 노동계 역시 같은 노동자임에도 불구하고 정규직과 비정규직 또는 노조원과 비노조원으로 이분화 된 구조 속에서 정규직과 노조원의 기득권을 지키기에 급급하다.

 정치권은 어떤가? 정부의 서투른 정책을 견제하고 입법을 통해서 이를 보완하고자 하는 노력은 뒤로 한 채, 민생과는 관련 없는 고루한 이념과 친문이니 친박이니 하는 구태의 진영에 매몰돼 서로 물고 뜯으며 다투는데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

 미국은 경제대국으로서 균형자 역할을 포기하고 자국 우선주의로 돌아선 지 오래고, 중국 또한 경제대국을 향해 미국에 도전하고 있고, 일본 또한 자국의 이해관계에 따라 때로는 비굴에 가까운 협조와 때로는 강력한 메시지로 영향력 확대를 모색하고 있다. 영국의 브렉시트 또한 자국 우선주의의 발로가 아니던가. 우리나라 대한민국은 국민과 국가의 이익을 위해 어떠한 길을 모색하고 있는지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대한민국의 기성세대 모두 학교를 졸업하는 학생들에게 이렇게 살았으면 좋겠다느니 저렇게 살아서 성공하라는 조언할 자격이 있는지 기성세대에 속한 운영위원장으로서 생각해 본다.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말을 인용해 마지막으로 말하고 싶다. 지금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이때는 학교를 졸업한 청년들이 국가와 민족을 위해 무엇을 해주기를 바라기 전에 기성세대가 이들 청년들을 위해 어떻게 정책을 펼치고 어떻게 자신의 행동을 바꿀 것인지를 먼저 고민하고 생각해야 하는 그런 시기이다. 기성세대는 혁신의 주체가 아니라 혁신의 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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