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문재인 대통령이 역대 처음으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직접 만나 정부의 정책을 설명하고 의견을 나눴다. 이번 자리가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소상공인·자영업자에게 부담을 줬다는 점을 반성하고, 향후 국정 기조를 전환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이날 문 대통령은 "과다한 진입으로 경쟁이 심한 데다 높은 상가임대료와 가맹점 수수료 등이 경영에 큰 부담이고, 최저임금 인상도 설상가상으로 어려움을 가중한 측면이 있으리라 본다"고 말했다. 소상공인·자영업자가 처한 어려움을 어느 정도 공감하고, 올바르게 진단한 것 같아 다행이다. 그런데 문 대통령은 "카드수수료 인하, 일자리 안정자금 지원, 4대 보험료 지원, 상가임대차 보호, 가맹점 관계 개선 등의 조치가 함께 취해지면 최저임금이 다소 인상돼도 충분히 감당할 수 있을 텐데 최저임금에 맞게 보완조치가 (국회에서) 같은 속도로 맞춰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궁색한 변명이다. 부작용을 보완하는 조치가 발효될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성급하게 최저임금 인상을 추진한 당사자는 다름 아닌 정부와 청와대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보완조치가 마련되면 지금의 어려움이 해소될 거라는 생각도 안이하다. 문제의 본질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경제 규모에 비해 그 수가 많다는 데 있다. 실질적으로 취업이 불가능한 이들의 어쩔 수 없는 생계수단으로 전락한데서 생긴 구조적·파생적 문제다. 당연히 질적 하락과 경쟁력 부족으로 사업의 영세성과 폐업의 빈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둘째는 정책의 실패다. 15일 ‘2019 경제학 공동학술대회’에서 기조연설을 맡았던 안충영 교수는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 노동집약적인 자영업과 소상공인의 시장 균형 임금을 왜곡했다"고 분석했다. 이것이 그들의 생존을 어렵게 한 것은 물론이고 일자리 수요와 공급을 어긋나게 해서 실업자가 늘어난 주요 원인이 됐다는 것이다. 결국 대통령 바람처럼 ‘올해가 자영업의 형편이 나아지는 원년’이 되려면 정책 기조부터 과감히 바꿔야 한다. 그래야 고용 개선을 통해 과당경쟁이 근본적으로 해소되고, 이들이 겪는 경영난도 해결될 수 있다. 고용 감소의 원인(소득주도성장)을 폐기하는 게 답이다. 이제는 듣고 설득할 때가 아니라 바꿔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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