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원시와 화성시 경계에 있는 고금산 공원묘지 주변에 아파트 단지가 자리잡고 있다. 앞으로 효행지구 개발사업이 진행되면 집단민원도 예상된다. 홍승남 기자 nam1432@kihoilbo.co.kr
▲ 수원시와 화성시 경계에 있는 고금산 공원묘지 주변에 아파트 단지가 자리잡고 있다. 앞으로 효행지구 개발사업이 진행되면 집단민원도 예상된다. 홍승남 기자 nam1432@kihoilbo.co.kr
17일 오전 10시께 수원시 오목천동과 화성시 기안동의 경계에 놓인 고금산 일대. 크고 작은 3천여 개의 묘지가 야트막한 고금산 주변의 아파트 단지에 둘러싸인 채 자리잡고 있었다.

공동묘지를 둘러친 철제 울타리 곳곳에는 이장 업체들의 빛바랜 현수막이 붙어 있었으며 업체들의 명함도 각 묘지마다 뿌려져 있었다.

묘지로 들어가는 입구에는 막걸리병이나 종이컵 등이 담긴 소각용 쓰레기 봉지 등이 그대로 방치돼 악취를 풍겼다. 공동묘지에 들어서자 바로 열흘 전인 설 연휴기간 동안 성묘객이 수차례 다녀간 흔적과 제수용품인 사과·배 등 과일과 북어포가 널브러져 있어 이를 쪼아먹기 위한 까마귀들의 울음소리와 배회하는 들개들로 인해 을씨년스러운 분위기였다. 스티로폼 접시나 라이터, 담배꽁초 역시 묘지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이곳에서 300m가량 떨어진 한 아파트 단지 19층에서 창문을 열고 고금산 쪽을 바라보자 묘지 수백 개가 한눈에 들어왔다. 주민 김모(67)씨는 "환기를 위해 베란다 창문을 열면 항상 묘지가 보여 무섭다"며 "평소에는 묘지를 보지 않기 위해 항상 커튼을 쳐 두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고금산 공동묘지 정면에 있는 화성시 기안동의 한 아파트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아파트 고층에 오르지 않고서도 공동묘지가 한눈에 들어오는 전경으로 인해 이곳 아파트 주민들은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주민 권모(43·여)씨는 "10년이 넘도록 이곳에서 살고 있지만 적응이 되지 않는다"며 "주변에 묘지가 있다 보니 아무래도 밤에는 외출을 자제하고 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수원시와 화성시에 따르면 화성시 기안동 산 17-1번지 일원에 위치한 ‘경기도 공동묘지’는 4만3천642㎡ 규모에 걸쳐 3천541기의 묘지가 조성돼 있다. 묘지들 중 대부분이 유연고 묘지이며, 지자체들은 무연고 묘지의 수를 45기로 파악하고 있다.

공동묘지는 1960년대부터 오랜 세월 동안 자생적으로 형성됐지만 2000년대에 들어 주변에 주택과 아파트들이 들어서면서 주거지역이 공동묘지를 둘러싼 형태가 됐다. 더욱이 한국농어촌공사가 해당 공동묘지와 약 450m 떨어져 있는 화성시 봉담읍 수영리와 수원시 권선구 오목천동 일대 138만8천495㎡에 1조380억 원을 투입해 1만1천660가구가 들어서는 ‘효행지구 개발사업’을 진행하면서 향후 입주예정자의 집단민원까지 예상되고 있다.

시는 이곳을 근린공원으로 꾸미거나 묘지공원으로 단장하는 등 조성계획안을 마련하고 있지만 현재까지 구체적인 계획은 수립되지 않은 상태다.

수원시 관계자는 "이장비 지원을 통해 분묘를 없애도록 유도하고 있지만 워낙 묘지가 많아 이마저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박종현 기자 qwg@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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