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유가 적벽대전을 앞두고 제갈량과 암투를 벌일 때의 일이다. 수전(水戰)에서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묻자, 제갈량이 화살이라고 답하면서 10만 개의 화살을 사흘 안에 마련해 주겠다고 했다. 주유가 정색을 하며 물었다. "혈흘도 아니고 사흘이라니! 군중에서 농담으로 하는 말은 없다지 않소?"

 제갈량이 자신있게 응수했다. "물론이지요. 어찌 이 급박한 상황에서 농담을 하겠소. 내 틀림없이 마련해 드리리다." 그러고 나서 약속을 지키지 못하면 어떤 처벌도 감수하겠다는 군령장을 썼다. 주유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이것이 적벽대전 당시 대표적 일화인 ‘차전(借箭) 10만 개’의 배경이다. 물론 역사적 사실과는 거리가 멀지만 제갈량의 지혜를 보여주는 일화로서 의미는 남다르다. 요즘 우리 정치를 보면 마치 격투기처럼 때리고 목 조르고 발길로 차는 등 난장판 수준이다. 여야 누굴 탓하기에 앞서 좀 더 세련되고 수준 있는 지혜를 발휘하지 못하는 까닭을 생각해보면, 유머가 없는 속에서 그저 상대를 자극하는 무모한 언어만 난무하기 때문일 것이다. 차전(借箭)의 지혜를 한 번쯤 되새겨 볼 일이다. <삼국지리더십연구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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