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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소농(强小農)으로 설계해가는 제2의 인생(1)

송태선 화성시 사이버농업인연구회장/수루지 천년농원 대표

기호일보 webmaster@kihoilbo.co.kr 2019년 02월 19일 화요일 제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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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태선 화성시 사이버농업인연구회장
"뭐라고! 산에다 엄나무를 심겠다고?"라고 하시던 아버님을 설득해 앞산에 심어져 있던 밤나무를 베어내고 엄나무농장을 결심한 때가 2007년 4월 봄 어느 날이었지요. 그리고 톱과 낫을 들고 무작정 밤나무를 베어내고 주변 야산에서 엄나무를 캐서 농장으로 옮기며 저의 제2인생이 운명처럼 시작되었나 봅니다. 벌써 10여 년이 훌쩍 넘었네요. 2018년 11월 29일 2018 강소농·경영지원사업 추진 유공자 시상식에서 e-비지니스 우수농업인 농촌진흥청장상을 받고 보니 나름대로 제2의 인생을 설계하는 강소농으로 인정받은 것 같아서 지난 10여 년의 영농과정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갑니다.

# 귀농 작목 엄나무순과의 인연

 2006년 10월 말 중견간부로 잘 다니던 회사에서 49세의 나이에 자의반 타의반으로 퇴직을 선택한 후 젊었을 때 취득해 놓았던 기술 자격증 덕분에 바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50을 바라보는 나이에 새로운 일자리로 옮기다 보니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나의 어깨를 짓누르며 스트레스로 다가왔습니다.

 20여 년 넘게 한 직장생활로 받은 퇴직금은 얼마 되지도 않고, 은퇴 이후는 전혀 무방비나 다름이 없었습니다. 새로운 직장은 회사 일의 특성상 비교적 시간적인 여유가 많았고 자유스러웠지만 그만큼 수입도 줄어 미래를 대비할 여력은 찾아 낼 수가 없었습니다. 어떤 식으로는 탈출구가 필요했습니다.

 처음 몇 개월 남는 시간을 등산도 하다가 주말이면 화성에서 농사 지으시는 부모님 일을 도우러 내려가곤 했답니다. 그러던 중 연세 드신 부모님이 몇 마지기 논을 증여해 주시고, 저는 그 땅에 미나리 시험재배를 준비하던 중이었습니다.

 본가 뒷산에 무리지어 다니는 분들이 무언가 열심히 따서 배낭에 담는 모습을 보는 순간 ‘엄나무순’ 이 강하게 저에게 다가왔습니다.

 마을분들이 아니라 외지분들이 수없이 찾아와 온 산을 뒤져가며 수난을 겪는 엄나무를 보며 "바로 엄나무 순 대량 생산이 내가 찾는 답이다" 라고 생각하며 저의 제2의 인생에 운명적인 동반이 시작되게 됩니다.

 예전에 동아일보에 연재되었던 허영만 화백의 음식만화 ‘식객’에서 "두릅보다 맛있는 게 엄나무 순이고, 엄나무 순 보다 더~맛있는 게 옻나무 순이다" 라는 글을 읽은 적이 있었는데 그 장면이 순간적으로 떠오르더군요.

 인천으로 돌아와 엄나무에 관련한 자료를 찾아 공부하며 엄나무 순을 상품화 했을 때 가능성을 여러 방면으로 검토한 결과 약재나무인 엄나무에서 생산되는 엄나무 순이 맛과 향에서 뛰어나 앞으로 귀한 산채나물로 인기를 더해 갈 것이라는 확신을 갖게 되었습니다.

 며칠 후 본가에서 어머님과 식사를 마친 후 "아버님! 저 앞산에 밤나무를 베어내고 엄나무를 심으려는데 허락해 주세요" 라며 그동안 수집한 자료를 내보이며 앞으로 웰빙식품으로의 가능성에 대해 설명을 드렸습니다. 부모님 허락을 득한 나는 망설임 없이 3천여㎡에 심어져 있는 밤나무 제거 작업에 들어갔습니다.

 엔진톱 2대와 낫 등을 준비해 주말이면 내려가 밤나무와 잡목을 베고, 가지치고 한쪽으로 쌓아가며 몇 달간을 씨름하며 보냈습니다.

 한여름에도 농장에서 땀 흘리며 보내는 시간이 너무나 좋았습니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동안 마음 한 편에 쌓여 있던 스트레스를 해소하면서도 오늘의 작은 성공으로 이어지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그냥 주말 농장을 하면서 작은 소득이라도 있으면 감사한 마음으로 시작한 일이었습니다.

 그렇게 몇 달은 열심히 일하며 흘리는 땀의 소중함을 알게해 주었습니다. 인부 몇 명에 포크레인 2일 정도면 가능한 일을 멍청하게 1년을 걸려서 했었는지 그때는 몰랐습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 흘린 그 많은 땀이 없었더라면 현재까지 오지 못하고 중간에 힘든 농사일을 접었을지도 모릅니다.

 땀을 흘리면 흘릴수록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희망을 가질 수 있었고 무엇보다 일하면서 즐거웠습니다. 2007년 가을 밤나무가 있던 3천여㎡에 주변에서 캐온 엄나무가 심어졌고, 자신감과 일의 즐거움을 느끼게 되면서 겨울동안 잡목으로 우거졌던 6천여㎡를 벌목하고 2008년 2천 그루의 엄나무 묘목을 사다가 심고, 엄나무 순의 성공 가능성을 확신하며 가을에 3차로 2천 그루를 추가 하면서 총 1만5천여㎡에 5천 그루의 엄나무가 심어져 경제성이 확보된 원하는 규모의 농장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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