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비정규직지원센터의 ‘경기도 특성화고 졸업생 노동 환경 인터뷰 보고서’에 따르면 설문에 응답한 300명 중 86.9%가 비정규직으로 근무 중이며, 58.7%가 부당 대우를 받은 적이 있다고 한다. 부당 대우의 구체적인 내용을 빈도 순으로 보면 ‘근로계약 위반(근로시간, 임금·수당 등), 무시와 차별, 잡다한 업무수행, 승진 제한, 성희롱·성추행, 사내 복지 차별’ 등 복합적이고 다양하게 나타났다.

 더욱 안타까운 건 이번 사례조사에서 본인이 차별받고 있음에도 이를 당연하게 인식하거나, 근로계약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음에도 이를 본인 탓으로 여기는 응답자들이 상당했다는 점이다. 심지어 성희롱이나 성차별을 겪었다고 응답한 졸업생 중에는 알리기를 꺼려하는 응답자도 있었다고 한다. 해고 가능성이 상존하는 고용 불안정 속에서, 이제 겨우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새내기들이 무슨 수로 문제 제기를 할 수 있었을 지 충분히 납득이 된다. 이들에 상처를 준 사업주와 직장 동료들의 비윤리성, 이런 상황을 방치한 정부 관계자들의 무능에 경악을 금치 않을 수 없다.

 그동안 특성화고의 ‘직업 교육과 취업 장려’를 정부 차원에서 추진해왔음에도 졸업 후 정규직 취업이 극히 일부분(13.1%)에 지나지 않는 현실은 제도가 실패했음을 의미한다. 물론 피고용인 스스로가 학업·육아 병행 같은 별도의 사정이 있거나 업무 특성상 비전문적인 분야라면, 오히려 비정규직 근무가 상호 간에 유익하고 합리적인 대안일 수 있다.

 하지만 특성화고 졸업생은 산학 연계를 통한 맞춤형 인재육성 시스템을 통해 사회로 나온 인재들이다. 비정규직으로 쓰고, 잡다한 업무나 수행하는 건 피고용인과 고용인 모두에 해롭고 비합리적이다. 그럼에도 이러한 관습이 용인된다는 건 악덕 사업주가 많거나, 근본적으로 특성화고 제도가 잘못 운영되고 있다는 뜻일 것이다. 원인이 어디에 있든 그 책임은 교육부와 고용노동부, 산업자원부 등 관계 당국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임시방편의 공공 알바에 혈세를 낭비하기보다는 특성화고의 제도를 개선하는데 투자하는 편이 훨씬 더 나을 듯싶다. 고용의 질과 양을 동시에 개선할 수 있는 것은 물론 특성화고 출신에 대한 고용 불안정과 부당 대우까지 근절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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