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국민들의 부동산에 대한 애정과 신뢰는 각별하다. 오랜 기간 한국 사회에서 ‘부의 상징’으로 불리던 부동산은 이제 단순히 ‘부동산을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의 구도를 넘어 우리 동네 ‘금싸라기 땅’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고 있다.

 흔히 사람들은 부동산 가격에 대한 기준을 ‘공시지가’로 말하곤 한다.

 공시지가제도는 1989년 4월 ‘지가공시 및 토지 등의 평가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면서 도입됐고, 1990년 1월 1일부터 토지를 대상으로 공시지가가 공시됐다.

 부동산 가격 공시법에 따라 표준지공시지가는 국토교통부 장관이 가격을 공시하고, 개별지는 관할 시장·군수·구청장이 가격을 공시한다. 두 공시지가가 다소 차이를 보이기도 하지만 ‘어디 땅?’, ‘누구 땅?’ 등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여기에 최근 정부의 부동산 공시지가·공시가격 현실화 정책에 따라 ‘최고 땅값’에 대한 관심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발표된 경기도내 개별공시지가를 통해 경기도 금싸라기 땅의 변화를 짚어 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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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0년대 가장 비싼 땅‘수원 남문’주변
# 첫 공시 당시 1㎡당 1천만 원을 자랑한 수원

 1989년 4월 ‘지가공시 및 토지 등의 평가에 관한 법률’이 제정된 이후인 1990년 8월 18일 건설부가 전국 과세 대상 토지 2천387만4천667필지에 대한 공시지가를 확정했다.

 당시 경기도에서는 수원시가 가장 높은 땅값을 자랑했다. 첫 공시에서 수원시 장안구 팔달로 3가 지역 기준시가는 3.3㎡당 3천630만 원을 기록했다.

 상업지역 중 최고 지가가 ㎡당 1천만 원을 상회하는 도시는 서울과 부산, 대구, 광주, 대전, 수원, 청주 등 11곳뿐이었다.

 특히 팔달로 3가 ‘보건약국’의 명성은 단연 경기도내 최고의 금싸라기 땅으로 불렸다.

# 경기도 최고 금싸라기땅 ‘수원 남문’

 과거 경기도내에서 가장 비싼 땅은 수원시 팔달구 남문(팔달문) 일대였다. 경기도민이라면 누구나 수원 남문의 명성을 기억할 것이다. 당시 수원의 도심은 남문이었고, 경기도의 중심도 남문이었다. 남문을 중심으로 시장은 물론 시외버스터미널, 시청 등이 자리했다.

 1992년 건설부가 발표한 전국 30만 표준지의 공시지가를 보면 전국에서 땅값이 가장 비싼 곳은 서울 중구 명동 상업은행 명동지점 터로 3.3㎡당 1억4천214만9천 원으로 평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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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원 남문 옛 모습.
 수원시 팔달로 3가 29-6 보건약국 공시지가는 3.3㎡당 5천100만 원이었다.

 각 시도별 최고 가격이 ▶부산 중구 광복동 2가 7-1(3.3㎡당 9천917만4천 원) ▶대구 중구 동성로 2가 93-2(3.3㎡당 6천611만6천 원) ▶인천 북구 부평동 12-69(3.3㎡당 3천636만4천 원) ▶광주 동구 충장로 2가 15-1(3.3㎡당 5천619만8천 원) ▶대전 중구 은행동 45-1(3.3㎡당 5천289만3천 원) 등인 점을 감안하면 보건약국의 명성은 전국 상위권이었다.

 보건약국의 왕좌는 2004년까지 이어졌다.

 2004년 1월 1일 기준 표준지공시지가 발표에서 도내 최고 표준지가는 보건약국 부지로, 전년도와 비교해 1㎡당 20만 원이 오른 3.3㎡당 3천700만 원에 달했다.

 하지만 같은 해 6월 경기도가 공시한 도내 353만여 필지의 개별공시지가에서 보건약국 부지는 100여m 떨어진 팔달로 3가 24의 5 크라운베이커리 남문점 부지에 ‘최고 땅값’ 위치를 넘겨줬다. 크라운베이커리 남문점은 1㎡당 개별공시지가가 1천150만 원이었고, 보건약국 부지는 1㎡당 1천120만 원이었다.

 최고 금싸라기 땅의 타이틀이 변경되긴 했지만 남문(팔달로 3가) 일대의 명성은 한동안 계속됐다.

 팔달로 3가의 명성이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한 것은 수원화성 복원과 함께 새로운 개발지로 떠오른 동수원 지역에 밀리면서다.

 지역에서도 오산시가 세교·궐동 택지개발사업 및 전철 역세권 개발 등으로 높은 상승률을 보였고, 신도시 등 각종 개발사업이 진행된 김포시와 판교 택지개발 및 개발제한구역이 해제된 성남시도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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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년부터 최고 땅값‘성남 분당’
# ‘제2의 강남, 천당 아래 분당’

 수원시 팔달로 3가가 도내에서 가장 비싼 땅이란 타이틀을 놓친 것은 2008년부터다. 수원 외의 지역에서 속속 신도시 개발 열풍이 불면서 성남시 분당구의 명성이 남문을 뛰어넘었다.

 2008년 가장 비싼 땅은 성남시 분당구 서현동 서현역 인근 광림프라자로 1㎡당 1천300만 원이었다. 이어 수원시 팔달구 팔달로 3가 24의 5(1천280만 원), 안양시 만안구 안양동 674의 233(1천230만 원) 순이었다.

 이후 분당의 ‘최고 땅값’ 타이틀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2009년 도내 개별공시지가 조사에서도 가장 비싼 땅은 분당구 서현동 247의 5 삼성플라자 인근으로 1㎡에 1천270만 원, 2010년에도 1㎡당 공시지가가 1천280만 원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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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백화점 판교점.
 서현동 일대의 최고 금싸라기 땅 타이틀은 2012년에도 이어졌다. 당시 도내에서 가장 비싼 땅은 성남시 분당구 서현동 248-6(코코프라자)로 1㎡당 1천380만 원으로, 도내 가장 싼 땅값보다 무려 3만5천658배나 높았다.

 2014년부터는 분당구 백현동이 1위를 차지했다. 2014년 가장 비싼 땅은 분당구 백현동 현대백화점 부지로 1㎡당 1천433만 원이었다.

 백현동 현대백화점의 최고 땅값은 올해까지 이어지고 있다.

 지난 12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전국 표준지공시지가를 보면 땅값이 가장 비싼 곳은 성남시 분당구 백현동 현대백화점 판교점으로 1㎡당 2천150만 원에 달했다. 가장 싼 곳은 포천시 이동면 도평리의 한 임야로 1㎡당 730원에 머물렀다.

 올해 도내 표준지들의 1㎡당 평균가격은 34만9천 원을 기록했다.

 박광섭 기자 ksp@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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