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3년생 김철수(가명)씨는 인천의 한 대학에 재학 중이다. 정확히는 4학년까지 모든 교과과정을 이수했지만 졸업만 미뤄 놓은 ‘졸업예정자(졸예자)’다. 그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 졸업식에도 가지 않는다. 구직활동을 이유로 연락이 끊긴 동기들도 상황은 비슷하다. 동기생 A씨는 3개월 단위로 연장되는 공공기관 사무보조를 하고 있다. 하지만 언제 계약이 끝날지 모른다. B씨는 중소기업에 첫 취업 후 1년여 만에 그만두고 실업급여를 받는다. 이들은 모두 안정적인 일자리를 바란다.

본보는 지역 청년들이 겪고 있는 취업난의 실태와 일자리 환경을 변화시킬 방안을 3회에 걸쳐 짚어 본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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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대학교 학위 수여식에서 졸업생들이 졸업의 기쁨을 나누고 있다.(위 사진은 해당 기사와 관련 없음) /사진 = 기호일보 DB
새 시작을 알리는 봄기운과 함께 대학의 졸업시즌이 돌아왔다. 하지만 현실은 냉혹하다. ‘빛나는 졸업장’의 의미 역시 흐릿하다. 축하받아야 할 졸업식이 인천 청년들에게는 곧 ‘취업전쟁’의 시작이기 때문이다.

이달 들어 인천지역 대학교마다 예정된 학위수여식 준비로 분주하다. 그러나 상황은 예년 같지 않다.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졸업을 미루거나 행사 자체에 참여하지 않는 학생들이 많다. 올해 전기 인천대 졸업대상자 2천880명 중 32.9%인 950명이 졸업을 미뤘다. 1천930명만 졸업할 예정이다. 인하대도 학사 2천582명이 학위를 받는 반면 졸업하지 않는 학생도 943명에 달한다.

졸예자는 학생 신분을 유지하기 때문에 도서관, 기숙사 등 학교 시설을 이용하거나 취업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좋다. 졸업을 미루는 방식은 졸업 요건인 논문이나 외국어자격증을 제출하지 않거나 부분 등록을 하는 등 다양하다. 졸업유예를 하기 위해서는 15만 원을 내야 하는 학교도 있어 구직비용을 지출하고 있는 취업준비생들에게는 이중고다.

그렇다고 졸업자들이 모두 취업을 한 것도 아니다. 지역 대학 인문학부의 한 과에서는 올해 졸업자 14명 중 6명만 취업했다. 학생들이 체감하는 취업자 비율은 절반 이하에 그친다. 하지만 통계청 자료에는 2018년 인천시 청년(15∼29세) 고용률이 47.9%(전국 평균 42.7%)였다.

졸업을 앞둔 청년들은 졸업 이전에 원하는 직장 찾기가 녹록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정부의 고용 프로그램이나 인천시, 대학이 매칭하는 중소·중견기업들이 있지만 직원 복지나 처우가 좋지 않아 눈길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졸업을 미룬 상태에서 타 지역의 직장을 찾다 보니 갈 곳의 정보가 제한되고 구직기간도 길다.

문태옥(27)인하대 졸업준비학생회비상대책위원장은 "인천에도 면접을 보면 들어갈 수 있는 중소기업이나 중견기업이 많지만 복지에 대한 인식이 낮다 보니 대기업이나 공기업을 준비하는 학생들이 많다"며 "중소기업에 갈 수 있도록 복지가 확실히 보장된다면 졸업 전 연계형 프로그램 등을 통해 취업하는 학생들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홍봄 기자 spring@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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