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시 통합방위협의회가 ‘이게 뭥미?’라거나 ‘시대흐름에 역주행한다’는 비판이 제기된 안보현장 견학 일정을 다음 달로 연기했다는 소식이다. 단순히 다음으로 미루는 차원을 넘어 형식과 내용을 모두 바꾸기로 한 모양이다.

 협의회는 당초 21일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 30분까지 평택 해군 2함대사령부에 안보현장 견학을 다녀올 계획이었다. 협의회 당연직 의장인 시장과 협의회 위원, 시의원 등 50여 명이 참석 대상이다. 사령부에는 NLL(북방한계선) 사수를 위해 목숨을 바친 장병들을 추모하는 ‘서해수호관’과 ‘천안함 기념관’ 등의 시설이 있다. 한국전쟁 이후 2함대 관할구역에서 연평해전, 대청해전을 비롯해 가장 많은 남북 간의 군사적 충돌이 빚어졌다.

 협의회는 제2차 북미정상회담을 1주일 여 앞둔 민감한 시기에 예민한 장소로 안보현장 견학을 떠나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다음 달 용인 관내 주요시설을 견학하는 것으로 방향을 급선회했다. ‘안보현장 견학’을 ‘주요시설 견학’으로 바꾸고, 견학 장소도 평택 해군 2함대 사령부에서 용인 처인구 운학동에 있는 KT 위성관제선터로 변경했다.

 안보현장 견학의 형식과 내용을 수정한 이유가 ‘타이밍’의 문제였다면, 일정을 연기한 까닭은 같은 날 오전 11시 용인시청 콘퍼런스룸에서 예정된 ‘민선 7기 전국 대도시 시장협의회 제3차 정기회의’ 때문이다. 이날 용인·안양·성남·부천·안산·화성시장 등 6명의 단체장과 수원·고양·남양주·포항·창원·김해시 부시장 등 6명이 단체장을 대신해 참석할 예정이다. 용인시 통합방위협의회 당연직 의장인 백군기 용인시장이 손님들을 불러놓고 ‘한가로이’ 안보현장 견학을 떠난다는 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 시의회도 지난 15일 단체채팅방을 통해 이 같은 사실을 공지했다.

 익숙함이나 관성과 결별하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상대적으로 정무적 감각이 덜 요구되는 조직의 구성원들은 더더욱 그렇다. 같은 사안이라도 누가, 언제 하느냐에 따라 ‘그래야만 되는 일’과 ‘그래서는 안되는 일’이 극명하게 엇갈린다. ‘그래서는 안되는 일’을 ‘그럴 수도 있는 일’이라고 합리화하며 강행하는 대신 그래서 아니한 용인시의 용단을 환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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