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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은정 인하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가끔 아이가 갑자기 쓰러지는 일로 병원에 오시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렇게 갑자기 잠시 동안 의식을 잃고 자세를 가누지 못하는 현상을 병원에서는 실신이라고 부릅니다. 여러 연구에서는 성인이 되기 전 1번 이상 실신을 경험한 사람이 남아의 20%, 여아의 50%까지 차지하며 1천200명 중 1명이 실신으로 병원을 찾아온다고 할 정도로 생각보다 조금 흔한 편입니다.

 소아에서 흔하게 발생하는 실신은 신경심장성 실신으로, 이전에는 혈관 미주신경성 실신이라고 불리던 유형입니다. 신경심장성 실신은 대개 만 11~13세 사춘기 연령에서 생기고 위 연구처럼 여아에서 더 많습니다. 장시간 서 있는 자세에서 주로 발생하며 피를 보는 것, 통증, 주삿바늘, 냄새, 역겨움 등이 원인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이 실신은 의식을 잃기 전에 힘이 빠지는 듯한 무력감, 어지럼, 시야 흐려짐, 두통, 구역(토할 것 같은 느낌), 발한(땀 흘림), 온기 또는 한기 등의 전구 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각도 조절이 가능한 테이블에 누워 시행하는 기립경사검사가 진단에 도움이 되기도 합니다.

 다행히 신경심장성 실신은 몸에 뚜렷한 문제 없이 발생해 특별한 치료가 필요치 않고, 실신 시 쓰러지면서 부딪혀 생기는 외상 외 합병증도 없어서 예후가 양호합니다.

 하지만 간혹 지속적인 치료가 필요하거나 생명을 위협하는 실신으로 오는 경우가 있는데, 아무런 전구 증상이 없거나 운동 중 발생, 누워 있는 상태에서 발생해 심장성 실신으로 진단받는 경우입니다. 이럴 때 심질환에 대한 아이의 과거 병력이나 가족력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가능한 첫 실신에서 심전도를 확인해 위험한 부정맥이 있는지 확인하며, 심전도 및 혈액검사 등의 결과에 따라 심초음파, 심장 MRI, 24시간 활동 중 심전도검사를 추가로 시행하기도 합니다.

 긴 QT 증후군, Brugada 증후군, WPW 증후군 등 부정맥이 심장성 실신의 주요 원인으로, 약물치료가 필요하거나 심한 경우 심장박동조율기를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또는 뇌, 척수 같은 중추신경계 질환이 실신의 원인으로 밝혀지기도 합니다. 그래서 의료진이 실신 시 동반된 증상이나 모습 등 당시 상황을 자세히 물어보며 의심될 경우 발작, 뇌졸중, 거미막밑출혈 같은 중추신경계 질환을 감별하기 위해 뇌파 검사, 뇌 MRI 등의 검사를 권유합니다.

 그 외에도 실신은 기침, 재채기, 배뇨, 배변, 삼키기, 운동, 스트레칭, 발살바 조작, 호흡중지 발작 같은 사소한 자극에도 발생하기도 하며 저혈당증, 빈혈, 감염 등 전신질환이나 편두통, 약물, 공황 발작도 유발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이제까지 여러 실신 유형을 살펴봤습니다. 아이가 실신할 경우 깰 때까지 가능한 한 바닥에 바르게 눕혀 주시고, 그 모습과 의식을 잃은 기간을 잘 기억해 주십시오. 그리고 실신이 지나간 후에라도 심전도를 시행하면 생명이 위험한 몇몇 부정맥이 감별 가능하니 검사하는 것이 좋습니다. 심장이나 중추신경계 문제가 아닌 실신의 경우에는 유발 요인을 피하는 것이 예방법입니다. 가장 흔한 신경심장성 실신인 경우 수분과 염분(소금)을 조금 더 섭취하도록 해 주시면 예방에 도움이 됩니다.

 <도움말=인하대병원 소아청소년과 신은정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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