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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석승(21C안보전략연구원 원장)
오는 27일과 28일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베트남의 수도 하노이에서는 북한과 미국 간 제2차 정상회담이 예정돼 있다. 이 회담을 앞두고 북한과 미국 간에는 의전과 경호, 회담의제를 준비하고 조율하기 위한 움직임이 매우 분주하게 일어나고 있다. 북한 김정은 위원장의 의전(儀典)을 담당하는 국무위원회 부장 김창선은 지난 16일부터 베트남 하노이 현지에 도착해 회담준비에 임하고 있으며, 이번 주중에는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인 김혁철도 ‘스티브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와 베트남에서 만나 정상회담 합의문안을 놓고 실무협상을 속개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마이클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지난 13일(현지시간) 미국 CBS와의 인터뷰에서 "제재완화의 대가로 좋은 결과를 얻어내는 것이 우리의 전략적인 의도"라고 밝혔는가 하면, 14일에는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협상의제와 관련하여 "비핵화뿐만 아니라 한반도에 안보 메커니즘, 평화 메커니즘을 창설하는 것에 관해서도 이야기했다"고 밝혔다. 또한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보좌관도 지난달 25일 "우리가 북한으로부터 필요로 하는 것은 핵무기를 포기하는 전략적 결단에 대한 의미 있는 신호이기 때문에 비핵화가 이뤄질 때 제재해제를 시작할 수 있다"고 했으며, 이후인 지난달 31일 스티브 비건도 "북한이 모든 걸 다 할 때까지 아무 것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런 일련의 발언은 완전한 비핵화를 이룰 때까지 대북제재를 유지하겠다는 종전의 입장과 태도에서 벗어나 ‘동시행동’에 기반한 단계적 비핵화로 노선을 변경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어서 자못 주목된다.

 그런가 하면 북한의 당 기관지인 로동신문에서도 매우 이례적으로 김정은 위원장의 ‘비핵화 결단배경과 당위성’을 ‘알렉산드로스대왕이 고로디우스의 매듭을 칼로 끊은 것’에 비유(比喩)함으로써 북한의 비핵화 의지가 과거보다 진일보하고 있음을 역설하고 있다. 또한 ‘우리민족끼리’에서도 "6·12북미공동성명은 북미관계 사상 최초로 두 정상이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과 한반도와 세계의 평화와 번영, 안정을 추동해 나가려는 확고한 의지를 천명한 역사적 선언"이라 역설하는 가운데 "우리는 더 이상 핵무기를 만들지도 시험하지도 않으며 사용하지도 전파하지도 않을 것이라는 데 대해 이미 내외에 선포하였고 여러 가지 실천적 조치를 주동적으로 취하였다"고 강변(强辯)하면서 "미국이 우리의 주동적이고 선제적인 노력에 상응한 실천적 행동으로 화답해 나선다면 두 나라 관계는 서로에게 유익한 종착점을 향해 빠른 속도로 전진할 수 있을 것"이라 주장했다.

 이는 북한이 신년사에서 "조선반도의 현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기 위한 다자협상을 적극 추진하겠다"는 정책의지를 구현하기 위한 일단(一端)의 조치인 동시에 제1차 북미정상회담 공동성명 2항의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본격화하겠다"는 의미도 짙게 시사하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이와 같은 북미 양국 주요 인사나 언론매체의 언급과 주장은 총론(總論)적 합의에 머물렀던 제1차 정상회담의 합의와 비교하면, 제2차 정상회담에서는 보다 구체적인 성과 도출을 위한 합의가 이뤄질 것임을 예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번 회담이 성공적인 결실을 거두려면 미국도 과거에 그랬던 것처럼 ‘막다른 궁지에 몰린 쥐가 고양이에게 죽기살기로 덤벼들 수 있는 상황’만을 조성할 것이 아니라 보다 더 포용적이고 거시적인 틀에서 대화와 협상에 임할 수 있는 신축적이고 유연한 입장과 자세를 보여야 할 것이며, 북한 역시 ‘공론(空論)에 머무는 말이나 주장만이 아니라 실제행동’, 그리고 합의와 약속을 뒷받침할 수 있는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이행, 실천 조치를 취하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도 절실하게 요구된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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