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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채훈 [삼국지리더십연구소 소장/역사소설가]
경제 사정이 좋지 않다는 목소리가 들린 지 꽤 됐다. 자영업자들, 특히 전통시장 소상인들의 비명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 대통령도 이 소리를 귀담아 들었다는 보도다. 그런데 전국의 지자체에서 획기적인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대책은 별로 보이지 않는다. 물론 관계자들은 하루 24시간이 모자랄 정도로 머리를 쥐어짜고 있을 테지만 말이다. 이런 점에서 최근 중국의 도시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경쟁적 야간 경제에 대한 관심과 정책은 참고 삼을 만할 것이다. 그들 역시 미·중 무역 분쟁 여파로 주가 하락, 부동산 가격 침체, 실업률 증가를 겪으면서 소비 심리가 크게 위축돼 있는 실정이다.

 중국 여행을 다녀온 사람들 대부분이 손꼽는 추억 가운데 야시장(夜市場) 얘기를 빼놓을 수 없다. 그곳에서 음식을 맛보거나, 쇼핑을 즐기거나, 풍물을 접해본 것이 이색적이었다는 것인데 중국의 웬만한 도시에는 특색 있는 야시장이 발달돼 있어 관광 수입에 기여하고 있다는 것도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를 중국에서는 야간경제 활성화로 대략 오후 6시부터 이튿날 아침 6시까지 쇼핑·요식업·관광·엔터테인먼트 등 3차 서비스 경제활동으로 규정해 적극 지원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야간경제 규모는 관광객뿐만 아니라 도시 인구 증가에 따른 소비시간대 변화에 힘입어 확대일로에 있다.

 중국의 각 도시가 핵심 정책을 논의하고 수립하는 지방 전인대의 올해 최대 관심사는 바로 야간경제에 있다는 소식이다. 베이징의 경우, 이미 미국적인 카페와 술집이 모여 있는 싼리툰 거리와 호수를 끼고 라이브 바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성업 중인 호우하이를 더욱 불야성으로 만들 작정이고, 내년까지는 골목 상권과 상가, 슈퍼마켓, 편의점 영업시간을 연장해 대대적인 야시장을 형성하겠다고 나섰다.

 우선 그 수효를 50% 이상 늘리면서 특색 있는 야간경제 시범거리를 조성해 100개 프랜차이즈 기업이 육성되게 만들겠다고 의욕을 보였다. 이미 당국은 이런 정책 목표에 부합되는 농산물 도매시장이나 오래된 노포 등에 각 10만 위안(우리 돈 1천600여만 원)씩 지급하는 일을 시작해 자영업자, 특히 소상인들을 지원하고 있다.

 베이징에 뒤질세라 상하이 시정부는 관광객들에게 심야의 각종 서비스를 원활히 제공한다는 명분으로 야시장 4∼5곳을 새로 조성하겠다고 나섰고, 충칭시는 내년까지 전국적으로 명성을 떨치는 야시장을 반드시 만들겠다고 공표했다. 텐진시도 6개 야간경제 시범거리 조성, 심야영업 브랜드 육성을 통해 야간경제 최우수 도시로 만들겠다고 나섰다. 이렇듯 북부, 중부, 서부의 대표적 도시들이 ‘불야성 정책’을 내놓아 도시 발전과 경제적 번영, 나아가서 지역의 이미지를 개선하겠다고 나섰다는 점은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중국에서 이런 흐름에 우려하는 목소리가 없는 건 아니다. 심야 식당이나 상점이 문을 열어도 대중교통 수단이 마땅치 않으면 쉽지 않다는 것이고, 야시장의 경우도 제반 여건이 먼저 갖춰져야 한다고 요구하는 상인들의 선결 조건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더구나 중국의 북부 지역은 겨울이 길고 일교차가 커서 대개의 업소들이 밤 10시가 되면 문을 닫기에 ‘불야성 정책’은 낯설기도 한 형편이다.

 이런 사정을 모를 리 없는 각 도시에서 과감히 야간경제를 통한 활로를 모색하는 데는 호주의 시드니가 재작년 기준으로 야간경제 규모가 40억 달러(우리 돈 약 4조5천억 원)를 넘었고, 영국의 런던은 야간경제로 130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했다는 통계가 나오는 등 타산지석으로 삼을 사례가 있다는 점도 크게 한몫했다고 한다.

 야간경제를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 반드시 중국처럼 불야성에 초점을 둘 필요는 없겠지만 각 지역마다 특색 있는 야시장을 조성해 관광객은 물론 소비 시간대가 바뀐 도시인들에게 편의를 제공하면서 자영업자나 소상인의 숨통을 트여주고, 일자리 창출에 효과를 볼 수 있는 계획을 세웠으면 한다. 특히 우리 인천은 천혜의 바닷가가 있고, 인천국제공항을 비롯해 관련 시설이 풍부하다. 경인선 전철 시간대 조정과 야간버스 운영 등 몇 가지만 해결된다면 요즘처럼 심각한 경제상황에서 좋은 대안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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