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에서 떼까마귀 수만 마리가 전례 없이 주거지에 출현해 배설물 테러를 일삼으면서 주민들의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 관할 지자체는 3년 전부터 수원 도심에 찾아왔던 떼까마귀가 넘어온 것으로 보고 주민 피해 최소화를 위해 떼까마귀 퇴치 작업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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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원시 권선구 고색동 차량등록사업소 인근 전신주에 떼까마귀 수십마리가 전깃줄에 앉아 있다. /사진 = 기호일보 DB
21일 안산·수원시에 따르면 올 설 이후부터 안산시 상록구 본오동·사동, 단원구 원곡동 등 3개 동에서 떼까마귀가 출몰했다는 민원이 하루 평균 10건 내외로 접수되고 있다. 주요 출몰지는 주거지역 일대에 설치돼 있는 ‘전신주 전선’이다. 떼까마귀는 낮에는 모습을 보이지 않다가 해가 떨어질 무렵인 오후 7시부터 주거지 안으로 날아와 다음 날 아침까지 머문다. 낮에는 동네를 벗어났다가 다시 돌아오는 식이다.

안산시는 낮에는 떼까마귀가 안산의 대표적 농경지인 본오뜰에서 먹이활동을 하다가 기온이 떨어지는 저녁부터 휴식을 취하기 위해 인근 주거지로 들어오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밤마다 날아오는 떼까마귀 개체 수는 무려 최소 1만 마리에서 최대 5만 마리에 달하는 것으로 시는 추정하고 있다.

문제는 떼까마귀가 전선에 앉아 밤새 분변을 도로 바닥에 쏟아내면서 거리환경을 지저분하게 만들고 있다는 점이다. 게다가 보행자와 차량에 분변이 투하되면서 이를 번거롭게 청소해야 하는 애꿎은 시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상황이 이렇자 시는 관할 구청을 통해 떼까마귀가 출몰하는 주거지 일대에 청소차량을 보내 물청소를 실시하고 있다. 또 인도와 도로를 이용하는 주민들이 떼까마귀 배설물로 인한 피해를 입지 않도록 안내현수막을 부착해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

시는 동절기에 이러한 기현상이 벌어진 적이 없었는데, 이례적으로 겨울철이 다 끝나가는 시기에 떼까마귀가 출몰한 이유를 수원시에서 찾고 있다.

수원시에서는 2016년 겨울 처음 떼까마귀가 출몰한 이후 올 겨울까지 3년째 모습을 드러냈다. 매년 겨울철에 3천여 마리씩 찾아왔으나 올 겨울철에는 약 500∼600마리가 수원을 찾은 것으로 시는 파악하고 있다. 3년 새 개체 수가 줄어든 것은 전담 순찰반을 꾸려 주요 출몰지를 순찰하면서 떼까마귀가 천적으로 여기는 초록색 레이저 불빛을 쏘면서 쫓아냈기 때문이라는 게 시의 설명이다.

시는 수원시가 장비를 동원해 쫓아낸 떼까마귀가 가까운 안산으로 넘어온 게 아니냐는 추측을 하고 있다. 최근 수원 떼까마귀 개체 수는 300∼400마리 정도로 줄어들면서 주요 출몰지에서 거의 자취를 감춘 상태다. 다만, 수원시는 시기적으로 떼까마귀가 우리나라에서 월동을 마치고 다시 시베리아와 몽골, 중국 동북부지역으로 이동하는 시기여서 줄어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현재 남아 있는 떼까마귀도 이달 말까지 떠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안산시 관계자는 "그동안 한 번도 주거지에 떼까마귀가 모습을 보인 적이 없는데, 올 겨울 유난히 나타난 게 인근 수원 떼까마귀와 연관이 있지 않을까 짐작해 보고 있는 상황"이라며 "주민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수원시처럼 떼까마귀가 싫어 하는 레이저 불빛을 쏘는 등 퇴치 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박종대 기자 pjd@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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