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강호 주연의 영화 ‘택시운전사’는 1980년 5월 실존인물인 택시기사 김사복 씨가 외국인 손님을 태우고 광주민주화운동 현장 속으로 들어가면서 겪었던 실화사건을 바탕으로 한 이야기다.

 영화에서 송강호는 평범한 소시민으로서 밀린 월세를 갚을 수 있는 거금 10만 원을 택시비로 준다는 말에 독일 기자 힌츠페터의 광주행에 동행하면서 우연히 광주의 참상을 목격한다.

 영화는 우여곡절 끝에 광주에 도착한 택시기사와 독일 기자가 바라본 당시 광주민주화운동 모습을 외부인 시선으로 그려내면서 관객들의 폭넓은 공감을 얻어냈다.

 특히 당시 광주에서 벌어진 끔찍한 사건을 보도하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는 독일 기자 힌츠페터는 관객들에게 좀 더 객관적으로 광주민주화운동을 바라볼 수 있도록 이끌어줬다.

 최근 자유한국당 일부 국회의원의 ‘5·18 망언’ 사태가 뜨거운 이슈다. 이달 8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5·18 진상규명 대국민 공청회’가 발단이다.

 토론회에 참여한 국회의원 3명이 광주민주화운동을 폭동으로 비하하면서 5·18 유공자를 종북좌파도 모자라 괴물집단으로 묘사했다.

 이미 여러 차례 정부에서 실시한 진상조사를 통해 명확하게 거짓으로 판명된 내용이 사실인 것마냥 둔갑해 5·18 유공자를 모독한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발언의 주인공이 ‘국회의원’이라는 점이다. 이들은 태극기부대 지지에 힘 입어 자유한국당 당 대표와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다.

 ‘5·18 망언’으로 광주의 민심은 들끓고 있다. 광주에서 대규모 규탄대회가 열린 데 이어 ‘5·18 망언’ 사태를 바라보는 국민 여론도 부정적이어서 전국적으로 이를 지탄하는 기류가 확산되는 분위기다.

 영화 ‘택시운전사’에서 송강호는 ‘푸른 눈의 목격자’ 힌츠페터를 두고 광주를 빠져나오려다 다시 광주로 되돌아갔다. 여기서 주목할 부분은 관객들은 그가 광주로 택시의 방향을 돌리는 순간부터 그를 진심으로 응원하게 된다는 점이다. 그것은 택시기사만의 선택이었을까. 정치권은 송강호가 광주로 되돌아간 이유와 관객들이 그를 지지한 이유를 생각해봐야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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