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식.jpg
▲ 김용식 (사)인천시 서구발전협의회 회장

천시지리인화(天時地利人和)라는 말이 있다. 하늘이 준 때 즉 천시는 지리상 이로움만 같지 못하고, 지리상의 이로움은 인화만 같지 못하다는 말이다. 인화는 백성들의 단합된 마음을 뜻하는 것이다. 천시보다는 지리, 지리보다는 인화가 중요하다고 했으니 지도자에게 있어서 백성이 곧 하늘이라는 말이 이에 일맥상통한다 할 수 있다.

 「맹자(孟子)」 ‘공손축 하(公孫丑 下)’에서 이렇게 이야기하고 있다. "백성을 나라 안에 살게 하는 것은 국경을 굳게 봉하는 것으로 되는 것이 아니며, 나라를 굳게 하는 것은 산과 골짜기의 험함으로써 되는 것이 아니며, 천하를 위압하는 것은 무기의 날카로움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득도자다조( 得道者多助), 실도자과조(失道者寡助)라 했으니 곧 도를 얻은 사람에게는 도와주는 이가 많고, 도를 잃은 사람에게는 도와주는 사람이 적다. 그러므로 군자는 싸우지 아니하지만 싸우면 반드시 이긴다."

 맹자는 천시지리인화(天時地利人和)의 말미에 득도자다조(得道者多助)라는 말을 넣어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었을까?

 결국 인화는 지도자에게 달려 있다는 뜻일게다. 위계에 의해서가 아니라 마음으로 따르고 돕는 사람이 많을 때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고 결국 이는 지도자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백성들의 마음을 모이게 할 수도 있고 흩어지게 할 수도 있다는 말이 아니겠는가?

 인천시 서구는 위기와 기회가 공존하는 곳이다. 세계 최대의 폐기물 매립시설과 소각장 등 각종 환경처리시설이 산재해 있고 반복되는 경제 위기 등으로 대규모 국시책 사업이 취소 혹은 지연돼 왔다.

 반면에 가까운 인천국제공항과 경인아라뱃길이라는 사회 인프라를 바탕으로 최근 청라국제도시, 검단신도시, 가정동 루원시티 개발 등으로 인구가 점증하면서 인천시 최대 자치단체로 발돋움해 왔다. 기회의 문을 확대하고 위기를 헤쳐나감으로써 서구를 탄탄대로에 올려놓을 수 있다는 것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이의를 제기할 수 없을 것이다.

 우리 지역 서구는 때때로 좌절이 있었지만 하늘이 주는 기회 즉 천시를 따라 문제를 해결해 왔고 낙후된 인천과 수도권의 서북부지역에 속해 있었지만 지리적인 이점 즉 지리가 새롭게 부각됨에 따라 발전을 거듭해왔다.

 그렇다면 이제는 인화(人和)로서 용의 그림에 점을 찍어야 할 때이다.

 하지만 일모도원(日暮途遠)이라고 갈 길이 먼 서구에 최근 인화를 위협하는 리더십의 위기가 서구의 앞날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위기를 해결해나가기보다는 위기를 더 증폭시키는 상황이 서구청장으로부터 시작되고 있다면 주민들은 과연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

 연초부터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있는 인천 서구청장의 성추행 의혹이 서구지역 주민의 인구에 회자되고 있다.

 무신불립(無信不立)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구청의 공직자들과 지역주민의 신뢰가 없다면 어떻게 리더십을 행사해 서구 발전을 이룰 수 있을 것인지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굳이 득도(得道)를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신뢰가 깨진 곳에 인화(人和)를 기대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인화가 없다면 천시와 지리를 뛰어 넘어 순간 순간 다가오는 위기를 넘어설 수 없다는 것이 고금에 정통한 현자의 깨우침이다.

 그렇다면 인화를 해치는 리더십은 이미 그 지위를 잃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서구 발전을 염원하는 지역의 한 늙은이가 밤잠을 설치며 시름하는 이유이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