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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병국 경기본사 부국장
고양시는 고구려와 신라 그리고 백제가 ‘교전하던 시절’, 즉 삼국시대 정치적 거점이 한 장소에서 한꺼번에 드러날 수 있는 역사·문화적 가치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도시다.

 특히 국도의 거점은 북한산성으로 조선시대 산성 안에 있던 중흥동고성이 백제의 북한(산)성이었던 사실과 백제 근초고왕이 천도한 한산이란 점은 국도로서의 고양시 역사, 한강유역 봉수 체계의 출발점, 고구려 별도 남평양성 등 이제라도 북한산성 일대를 제대로 발굴할 필요성의 뚜렷한 논거가 아닐 수 없다.

 실제로 고구려는 현재 고양시 관내 행정 구역으로 지금의 일산신도시 일대 달을성현(達 乙省縣)과 덕양구 지역의 개백현(皆伯縣)이란 2개 현을 설치했다. 여기서 ‘달을성’의 ‘달을’에 대한 뜻 새김은 ‘고(高)’이고, ‘성’에 대한 뜻 새김은 ‘봉(烽=峰)’ 즉, ‘수루(봉우리의 뜻)’에 해당된다. 수루는 봉우리에서 신호를 위해 피우는 ‘봉화(烽火)’를 뜻하고 있어 ‘달을성(고봉)’은 봉수체계의 확립과 결부지어 살필 수 있는 지명으로 ‘신증동국여지승람’의 ‘고봉 성산봉수(高峰城山烽燧)’가 뒷받침 하고 있다.

 또한 ‘고봉’의 지명 유래를 기록한 삼국사기 지리지에 의하면 "한씨미녀가 높은 산마루에서 봉화를 피우고 안장왕을 맞이한 곳이라 하여 뒤에 ‘고봉’이라 하였다"는 기록이 있어 이곳 지명과 관련된 봉수의 연원은 삼국시대까지 소급되고 ‘달을성’이라는 지명의 기원이다. 아울러 충주의 백제 때 지명인 ‘미을성(未乙省: 삼국사기 권 37, 지리4)’의 존재를 주목하자. 미을성은 달을성과 대응되는 면을 보이기 때문이며 ‘달을’이 ‘고(高)’의 뜻을 지녔다면 ‘미을’은 ‘밑’, 즉 ‘저(底)’의 뜻으로 풀이되니 미을성은 ‘저봉(底烽)’의 뜻이었다.

 이는 봉수체계선상에서 달을성은 그 수점(首點)에, 미을성은 그 종점(終點)에 자리 잡은 데서 비롯됐단다. 달을성 지역에 남아있는 봉수 이름인 ‘고봉산(高峰 山)’의 ‘고(高)’에서도 엿볼 수 있는 만큼 고구려가 한강유역에 설정한 거대한 봉수체계를 살필 수 있는 지명이 달을성이었다(이도학, ‘고대·중세의 역사’, ‘일산 새도시 개발지역 학술조사보고’ 2, 한국선사문화연구소. 단국대학교 한국민족학연구소, 1992, 13~14쪽).

 이런 역사적 배경 아래 국도였던 고양시 영역은 현재의 서울 북부지역인 종로구 일대까지 미쳤다. 1018년(현종 9년)에 지금의 고양지역은 양주 관내에 속한 탓에 북한산성을 비롯해 고양 일대의 유적이 경기도 양주나 지금의 서울 북부 종로구 등에 소재한 것처럼 비쳐졌다. 한국고대사 연구 거목인 전 한양대 국사학과 이도학 교수는 바로 이 점을 똑바로 직시해야만 한다고 강하게 지적한다.

 고양이 국도와 부수도인 별도 그리고 주치(州治)의 소재지였기 때문인 것이다. 이와 관련 1456년(세조 2년) 집현전 직제학 양성지는 경도(京都)로서 북한산성과 관련해 ‘삼국이 교전하던 땅이다’라고 설파하며 북한산성의 위상에 대해 정곡을 찔렀다. 국도의 거점으로 조선시대 북한산성 안에 소재한 중흥동고성은 백제의 북한(산)성이었고 백제 근초고왕이 천도한 한산이기도 했다.

 바로 북한산성에 고구려가 남평양성을 설치해 별도로 삼았고 한강 하구에 소재한 고양은 남한강 상류에 소재한 고구려 또 하나의 별도인 충주 국원성과 짝을 이뤘고 백제와 고구려의 거대한 한강유역 봉수체계의 시작과 끝이었다.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 살펴본 내용을 토대로 앞으로 우리가 떠안는 과제는 북한산성에 대한 치밀한 지표조사와 더불어 발굴이다.

 학계에서는 진흥왕 때 북한산성 안의 신라인들을 결집시켰던 호국사찰 안양사 터를 찾아 내는 발굴작업도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지금이라도 백제 이래 고구려와 신라에서도 중요한 정치적 거점으로 활용됐던 북한산성(신라 557년 설치한 북한산주의 치소(治所))에 대한 발굴조사가 제대로 이뤄지길 기원한다. 백제 왕성이었던 북한산성과 고구려 남평양성, 신라 북한산주의 거소(居所)가 한꺼번에 층위를 두고 드러나는 때, 한반도 역사에서 국도였던 고양시가 또다시 중심에 우뚝 서게 될 것으로 기대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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