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것이 시작되는 날은 누구에게나 뜻깊다. 생명이 살아간다는 것은, 생명을 유지해 간다는 것이 전반적으로 ‘고(苦)’인 까닭이다. 어지간해서는 일상에서 기쁨과 행복이 잘 찾아오지 않는다. 우리들의 안과 밖을 잠시 시간을 내어 바라보면 금방 알 수 있다. 얼굴은 굳어 있고 입꼬리는 삐죽 올라가 있다. 찌푸린 눈살에 미간의 주름은 깊어 가고 입술은 보통 뾰로통 나와 있다. 쌀쌀맞게 내뱉은 말에는 살기(殺氣)도 서려 있다. 웃으며 말을 건네지만 이는 상대를 안심시켜 전략적 이득을 취하기 위한 전술에 가깝다. 독살스럽고 표독하게 일 처리를 하는 것은 유사 이래(有史 以來) 가장 효율적인 미덕으로 꼽혀왔다. 지독한 인간사이자 생명을 가진 생물들의 각축장이 아닐 수 없다. 이는 또 저마다의 삶이 얼마나 고단하고 고생스럽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그런 무수한 고(苦) 속에서 행복과 기쁨은 언제 왔는지도 모르게 찰나(刹那)만 머물다 소리 없이 사라진다. 그 흔적은 사진에 추억 속에 머리 속 잔상으로만 남는다. 찰나의 기쁨을 다 합쳐봐야 평생 얼마나 될지, 우리네 생각보다 적디 적어 한 줌 모래알에도 못 미칠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인고(忍苦)를 견딜 수 있는 것은 지금보다는 조금은 나아질 수 있는 ‘그 무엇’에 있다. 지금 보다 삶이 나아지지 않는다면, 그런 생각조차 멈추기를 반복하면 악화(惡貨)가 양화(良貨)를 구축한다.

 삶은 회의(懷疑)와 비관, 체념과 포기의 단계로 접어든다. 운명에 패배한 것이다. 순응을 가장한 삶이 진행된다. 그래서 희망이라는 혹은 진일보(進一步)라는 바람을 통해 끊임없이 생각하고 갈구하면서 단계적으로 계획을 실행하지 않으면 악화(운명)의 고리를 벗어날 수 없다. 이를 흔히 ‘희망’이라고 가장 많이 부른다. 또 ‘진일보’라고 하기도 하며 ‘개혁·혁신’이라고도 한다. 전진, 발전, 진화 등 그 용어를 표현하는 말은 참 많다.

 한 걸음 앞으로 나가는 것은 개인으로부터 시작해 우리 사회의 가장 조그마한 조직부터 가장 큰 단위의 조직도 변화시키고 앞으로 나갈 수 있는 원동력이다. 아름다운 이성(理性)의 결집체가 소중한 생명들의 존재와 삶의 원동력이 될 수 있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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