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전남 순천에 있는 선암사를 찾았다. 한국불교태고종 중 유일한 총림으로서 수많은 스님들이 수행정진하는 종합수도도량이다. ‘산사, 한국의 산지 승원(Sansa, Buddhist Mountain Monasteries in Korea)’이라는 명칭으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곳인 만큼 보물이나 문화재들이 여기저기 눈에 띈다. 또 운이 좋았던지 태고종 종정이신 혜초 스님을 만나 뵐 수 있어 너무나 기뻤다.

 혜초 스님은 종교를 떠나 모든 사람들이 그토록 원하는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신다. 많은 사람들이 행복해지는 방법을 알고는 있지만 실제로는 대부분이 실천하지 않는다며 꾸짖으신다. 당나라 제일의 문장가이자 정치인이었던 백거이(白樂天-居易)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신다. 항주 자사 (刺史)로 부임한 그는 도림선사(道林禪師-741∼824)라는 고승이 계시다는 소문을 듣고는 시험을 하고 싶어 찾아갔다.

 "불법(佛法)의 대의(大意)는 무엇입니까?"라고 묻는다. "모든 악은 짓지 말고 (諸惡莫作-제악막작) 선은 받들어 행하며(奉善衆行-봉선중행), 스스로 그 마음을 맑게 하면(自淨其意-자정기의) 이것이 불교이다(是諸佛敎-시제불교)"라고 짤막하게 대답한다.

 너무나 평범한 답을 들은 그는 비웃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반문한다.

 "아니 스님, 그 말은 삼척동자(三尺童子)도 다 아는 것 아닙니까?"하고 되묻자 스님은 "그렇소. 하지만 팔십(八十)노인도 실천하기가 어려운 일이라오."

 혜초 스님은 이처럼 모든 사람들이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방법을 알면서도 행동으로 옮기지 않는다고 말씀하신다. 행복은 멀리서 오는 것이 아니라 가정에서부터 시작되고 어려운 것이 아니라 우선 자기 자신부터 속이지 않고 살아가는 것이니 이것만 실천해도 행복은 저절로 다가온다고 가르쳐 주셨다.

 이 말씀에 정신이 번쩍 든다. 그동안 내 자신을 속인 것에 대한 반성과 함께 앞으로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결심도 해본다. 행복의 파랑새는 결코 멀리 있지 않다. 행복을 갈망하는가! 그렇다면 자기 자신을 속이지 않는 삶을 살아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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