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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핵화와 한반도 평화

김준기 인천대 외래교수

기호일보 webmaster@kihoilbo.co.kr 2019년 02월 27일 수요일 제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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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준기 인천대 외래교수
1991년 남북한은 핵무기 제조와 보유, 사용 금지, 우라늄 농축 금지, 비핵화 사찰을 골자로 하는 비핵화 공동선언을 발표했다. 그 결과 미군의 전술 핵무기는 남한에서 완전히 철수했지만 북한은 남한을 비롯해 미국과 국제사회를 속이고 은밀히 핵무기 개발을 진행했다.

 파키스탄의 핵 개발 아버지로 불리는 압둘 카디르 칸 박사가 북한에서 핵무기로 보이는 핵 장치 3개를 목격했다고 밝힌 것이 1999년 무렵이었다. 벌써 20년 전의 일이다. 그 당시에 미국 정보 당국은 이미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보유하고 있었을 것으로 관측했다. 2003년에 북한은 스스로 8천여 개의 폐연료봉 재처리 완료를 공표하고 핵 관련 물질과 시설을 미국 전문가들을 불러들여 보여주고 ‘핵 억지력’을 대외에 과시한 바 있었다. 북한의 핵무기는 이미 김정일 시대에 완성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시 참여 정부는 북한의 이러한 도발적인 행태를 ‘핵협상 입지를 유리하게 선점하기 위한 전술’이라고 치부하면서 북한의 핵무기 보유 가능성에 대해서 회의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이후 2004년에 북한의 핵무기 개발은 정당한가의 문제에 대해서 노무현 대통령은 ‘체제방어용적 성격으로 북한의 핵무장이 일리가 있다’고 했다.

 그리고 다시 15년이 지난 지금 북한은 대륙간 탄도미사일과 핵무기를 양손에 틀어 쥐고 미국의 경제 제재 압박에 정면으로 맞서고 있다. 그동안의 핵 개발과 핵 협상 과정을 고려하면 북한은 절대로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이 세상에는 절대로 포기할 수 없는 대상이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일주일 동안 굶은 사람 앞에 놓인 물과 음식이고 또 하나는 북한 정권 앞에 존재하는 핵무기다.

 세상 일에는 선후가 있어야 하는 법이다. 그래서 일을 그르치지 않으려면 순서에 따라 순리대로 일을 처리해야 한다. 상대에 대한 공격보다 내부 단속이 우선돼야 싸움에서 이기거나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듯이 개혁도 과거의 잘못된 것을 적폐로 몰아 일방적으로 제거하기에 앞서 잘해온 것을 더욱 잘 하도록 촉진시켜야 성공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한반도 운명을 좌우할 북한의 비핵화 협상이 한 걸음도 내딛지 못한 상황에서 수십조 원의 세금이 들어가는 남북 경협도 비핵화 합의가 먼저 선행되고 국민들의 동의를 얻어야 할 수 있는 사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 대통령은 미국 조야에서도 반대하는 대북 제재 완화를 남북경협을 통해서 해소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이는 북한 비핵화에 대한 의지가 전혀 없거나 진정한 한반도 평화의 실현 조건을 외면하고 있다는 혐의를 지우기 어렵게 한다. 대북 경제 지원은 비핵화의 사전 조건이 아니라 결과이며 대가가 아니라 촉구 수단이다. 이 과정이 훼손되면 결국은 장래에 대한민국뿐만 아니라 일본과 타이완의 핵무장까지도 초래하게 될 것이다. 광화문 광장에서 남북 정상이 한반도기를 흔들며 악수하고 포옹하며 남북한 화해와 번영을 아무리 선언하고 다짐해도 북한에 핵무기가 그대로 존속하는 한 한반도 평화는 불가능하다.

앞으로 설령 파주와 개성 근방에 남북한 공동 관청인 가칭 통일청을 만들고 통일 대학을 여러 개 세우더라도 북한에 핵무기가 단 한 개라도 존재하는 한 소용없는 일이다. 따라서 군축이 아니라 핵의 완전 폐기가 한국 정부의 공식적인 입장임을 분명하게 밝히고 이에 대한 북한의 동의를 얻어내야 한다. 이 과정이 한반도 항구적 평화 체제 정착의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물론 4·27 판문점 선언 어디에도 이런 입장이 표명되지 않았지만 말이다. 북한 비핵화가 아닌 이른바 조선반도 비핵화를 통한 평화 추구는 위장 평화에 불과하며 안보에 대한 불감과 착시만 증폭시킬 뿐이다.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핵시설, 핵무기, 핵물질, 핵능력에 대한 완전 제거를 궁극적인 목표로 하지 않는 북미나 남북간의 어떤 협상이나 합의도 무의미하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지 않고는 결코 한반도 평화를 도모할 수 없다. 희망은 신뢰의 토대 위에서 생명을 얻는다. 국민들로부터 남북의 평화 이벤트가 가짜라는 의구심을 사지 않으려면 비핵화를 정권 재창출의 수단으로 삼고자 하는 의도를 버려야 한다. 그래야 한반도 평화에 대한 희망이 꽃을 피우고 결실도 맺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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