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그랜드힐튼호텔에서 26일 열린 프로축구 K리그1 개막 미디어데이 기자회견에서 인천Utd 콩푸엉(앞줄 오른쪽)이 포토 타임을 갖기 위해 자리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용수 감독에게 웬만한 말은 안 먹힐 것 같은데…. 한마디 하고 싶은 건, 집 크다고 경기 이기는 것 아닙니다."

2019시즌 9개월 대장정의 출발선에 선 프로축구 K리그1 사령탑들이 팽팽한 장외 입심 대결로 열기를 끌어올렸다.

포항 스틸러스의 최순호 감독은 26일 서울 서대문구 그랜드힐튼호텔에서 열린 개막 미디어데이 중 첫 경기 상대팀 감독에게 ‘선전포고’를 보내는 순서에서 최용수 FC서울 감독을 향해 "집 크다고 경기 이기는 건 아니다"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두 팀은 3월 3일 1라운드에서 격돌하는데, 스틸야드와 서울월드컵경기장의 규모 차이를 언급하며 승리 의지를 에둘러 표현한 것이다. 서울월드컵경기장은 6만 석이 넘는 반면 스틸야드는 1만7천여 석 규모다.

이 말을 들은 최용수 감독은 빙긋이 웃더니 "개막전이 기다려진다. 팬들이 원하는 박진감 넘치는 축구를 하겠다"며 직접적인 답은 하지 않았다. 그는 최순호 감독에 대해 "한국 축구의 진정한 레전드"라고 치켜세우면서도 "저희에게 따라 다니는 ‘슬로 스타터’라는 평가를 깨기 위해서라도 개막전을 잡겠다"고 강조했다.

제주 유나이티드의 조성환 감독은 "상위 스플릿을 목표로 하는 인천 유나이티드의 건승을 빌지만, 1라운드는 ‘안데르센의 슬픈 동화’가 될 것"이라며 상대 욘 안데르센 감독의 이름을 빌려 재치 있는 각오를 전했다. 이에 안데르센 감독은 "우리 경기장이 꽉 찰 예정이다. 승점 따시기 어려울 것"이라며 응수했다.

상주 상무와 강원FC 감독의 신경전이 유독 치열했다. 강원의 김병수 감독이 "승점을 준다면 잘 가져가겠다"고 하자 김태완 상주 감독은 "멀리서 오시는데, 승점 가져갈 수 있으면 가져가시라. 3점, 쉽겠습니까?"라고 답했다.

울산 현대의 김도훈 감독은 수원 삼성의 이임생 감독을 바라보더니 "이 감독과 어릴 때부터 잘 지냈는데, 뺨을 맞을 것 같아 나쁜 말을 할 수 없다"며 웃었다. 하지만 이어 "임생아, 이 감독님, 울산서 판 벌이고 기다리고 있겠습니다"라며 선전을 다짐했고, 이임생 감독도 "형님, 승점 3점 따러 가겠습니다"라며 지지 않았다.

외국인 사령탑 ‘터줏대감’인 대구FC 안드레 감독은 K리그 데뷔전에 나서는 전북의 조제 모라이스 감독을 향해 "K리그에 오신 것을 환영한다. 잘 적응하셔서 좋은 성적 거두시길 빈다"면서도 "그게 개막전은 아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지난해 2위에 오른 경남FC의 김종부 감독은 올해 승격팀인 성남FC의 남기일 감독에게 "1부가 얼마나 힘든 곳인지 알려 주고자 첫 경기부터 몰아붙이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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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6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그랜드힐튼호텔에서 열린 2019 K리그1 개막 미디어데이 기자회견에서 각 팀 감독들이 우승컵에 손을 얹고 포토 타임을 갖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K리그2 사령탑 10명 중 6명은 ‘우승 후보를 꼽아 달라’는 요구에 부산 아이파크를 꼽았다. 2015년 2부리그로 추락한 부산은 최근 2년 연속 승강 플레이오프에서 좌절해 1부리그 복귀의 꿈을 이루지 못했다. 부산은 수원FC를 1부리그로 승격시킨 경험이 있는 조덕제 감독을 사령탑으로 영입해 승격을 노리고 있다.

K리그2 디펜딩 챔피언인 아산 무궁화의 박동혁 감독은 "조덕제 감독님이 새로 오셨고 선수들도 좋아 강력한 우승후보다"라고 말했다. FC안양을 이끄는 김형열 감독도 "부산은 조덕제 감독뿐만 아니라 사령탑 경험을 가진 노상래와 이기형 코치까지 보기 드문 강력한 코칭스태프를 꾸렸다"고 말했다.

부산에 이어 지난 시즌 우승팀인 아산을 꼽은 사령탑은 3명이었다. 지난 시즌 부산에 발목을 잡혀 승강 PO 진출에 실패한 대전의 고종수 감독은 "박동혁 감독이 2년 차를 맞아 전술이 더 발전했을 것"이라며 아산의 K리그2 2연패를 예견했다. 박진섭 광주 감독도 "작년 우승 경험이 있고, 선수들도 아직 건재하다"고 거들었다. 반면 가장 많은 사령탑에게서 우승후보로 지목받은 부산의 조덕제 감독은 유일하게 지난 시즌 K리그1에서 강등된 전남 드래곤즈를 우승후보로 선택했다.

부산은 공교롭게도 K리그2 감독들이 지목한 ‘이번 시즌 꼭 이기고 싶은 팀’에서도 가장 많은 4표를 얻었다. 안산 그리너스의 임완섭 감독은 "최근 2년 동안 한 번도 부산을 이겨 보지 못했다. 올해는 꼭 이겨 보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고, 서울 이랜드의 김현수 감독 역시 "부산을 이겨야만 우리의 목표를 이룰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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