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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화군 교동면에서 바라 본 북녘 땅.<기호일보DB>
북미 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26일 북녘 땅을 지척에 둔 강화군 교동도에는 ‘고향 땅을 밟아 볼 수 있겠다’는 희망이 쏟아지고 있다.

인천시 강화군 교동면 삼선리에 사는 유재복(69)씨는 "북미 회담이나 남북 회담이나 정말 좋은 일"이라며 "회담이 잘 돼 정전이 종전으로, 또 통일까지 이어지면 더없이 좋겠지만 북쪽을 오갈 수만 있어도 실향민들에게는 정말 즐거운 소식이 될 것"이라고 마음을 터놨다.

유 씨는 1950년에 태어나 한국전쟁 1년 만에 어머니의 등에 업혀 교동면 인사리에 왔다. 그의 고향은 바다 건너 황해도 연백군 유곡면 화성리다. 아직 북녘에는 8남매 중 형과 누나 4명이 남아 있다.

그는 "2006년께 ‘1천만 가족 찾아주기’란 것이 있어서 북쪽에 있던 큰형과 편지로 왕래했다"며 "편지로 만날 것을 약속하고 중국 선양에서 외삼촌 가족, 고모님과 함께 큰형을 만났다"고 회상했다. 이어 "이북에 있는 형과 누나들을 만나 이런저런 얘기를 하고 싶다"며 "우리 부모님도 바다 건너에 고향을 두고 한이 많으셨는데, 회담이 잘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실향민 2세대이자 교동도에서 나고 자란 김영태(60)씨는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후 이북 출신 어른들과 하는 모임에서 총무를 맡고 있다. 1년에 3~4차례씩 만나 식사를 하면서 이야기를 나누고 명절이 되면 함께 차례를 지낸다.

김 씨는 "이북이 고향인 분들은 ‘교동이 어떻게 좋아진다더라’보다 ‘그냥 고향에 한 번 가 봤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전부"라며 "나도 아버지가 얘기해 준 황해도 연백군 해성면의 큰 은행나무를 보고 싶다"고 말했다.

역시 실향민 2세대인 오선일(61)씨는 "북과 인접한 지역이라 회담에 매우 관심이 크다"며 "실향민이 대부분인 주민들은 남북 화해 분위기를 모두 바라고 있다"고 전했다. 오 씨의 아버지는 연백군, 어머니는 해주군이 고향이다.

그 또한 "지금 아버지는 계시지 않지만 형제가 다 북한에 있고, 내 이복형제도 북한에 있다"며 "고향 땅에 가고 싶어 방북을 신청했지만 아직 가 보지 못했다"며 아쉬워했다. 이어 "김정은과 트럼프의 대화가 우리가 먹고사는 것과는 연관이 없지만 지역 발전과는 관계가 있어 관심이 많다"며 "평화공존시대에 맞춰 검문 횟수를 줄이거나 바닷가 철책을 줄이는 등 현실적인 배려가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이병기 기자 rove0524@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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