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어가 잠든 집
히가시노 게이고 / 재인 /1만7천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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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기업 하리마 테크를 운영하는 가즈마사와 그의 아내 가오루코는 가즈마사의 외도를 이유로 이혼에 합의한다. 하지만 사랑하는 딸 미즈호의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그때까지 결행을 잠시 미루기로 한다.

 어느 날 딸의 초등학교 입학을 위한 부모 면접에 참석하러 간 그들에게 갑작스러운 비보가 날아든다.

 딸이 수영장에서 물에 빠져 의식불명 상태가 됐다는 것. 황급히 병원으로 달려간 두 사람에게 의사는 사실상의 뇌사를 선언하고 조심스럽게 장기 기증 의사를 타진한다.

 딸의 죽음이라는 비극에 더해 가혹한 선택의 기로에 선 두 사람. 고민 끝에 부부는 만약 미즈호의 의사를 확인할 수 있다면 자신의 얼마 남지 않은 생명으로 어디선가 고통을 겪고 있을 누군가를 돕고 싶다고 할 거라며 장기 기증을 결정한다.

 미즈호와 마지막 작별 인사를 나누기 위해 온 가족이 병실을 찾고, 부부는 함께 미즈호의 손을 잡는다. 그 순간 부부가 동시에 미즈호의 손이 움찔한 것처럼 느낀다.

 결국 아내 가오루코는 장기 기증을 거부하고 미즈호를 집에서 돌보겠다고 선언한다. 이후 부부는 이혼 결정을 번복하고 미즈호의 연명 치료에 들어간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장편 「인어가 잠든 집」은 사랑하는 딸에게 닥친 뇌사라는 비극에 직면한 부부가 겪는 가혹한 운명과 불가피한 선택, 그리고 충격과 감동의 결말을 그려 낸 휴먼 미스터리다.

 자식을 향한 어머니의 사랑과 그 사랑을 넘어선 집착과 광기를 과거 어느 문학작품보다도 절절하고 가슴 아프게 그려 낸다.

 또 한 편의 아름답고도 장엄한 서사시이자 인간의 피할 수 없는 운명을 묘사한 고전 비극을 연상케 한다.

 이 책에서 작가는 인간이란 무엇이며 삶과 죽음, 사랑의 정의는 무엇인가라는 난제에 도전한다. 아울러 장기 이식을 둘러싼 도덕적·법률적 문제에 깊숙이 천착한다.

 인간의 죽음을 판단하는 기준이 무엇인지, 그것을 누가 최종적으로 판단할 권한을 가지고 있는지, 의식불명 상태에 빠진 사람의 장기 이식을 부모가 결정할 수 있는지, 장기 이식은 뇌사 상태인 기증자 본인에게 이중의 고통을 안겨 주는 것은 아닌지 등을 독자로 하여금 깊이 고민하게 만든다.

아인슈타인은 왜 양말을 신지 않았을까
크리스티안 안코비치 / 문학동네 / 1만5천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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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의 대명사’로 꼽히는 아인슈타인. 그는 평소 거의 양말을 신지 않았다고 한다. 왜 양말을 신지 않느냐고 물으면 그는 ‘양말은 구멍만 나잖아요’라는 대답을 했다고. 사람들은 아인슈타인이 제아무리 천재여도 결국 우리와 같은 이 세상 사람이었다는 것을 보여 주고 싶을 때 이 일화를 끄집어내곤 한다. 그리고 이는 그의 빛나는 천재성과는 아무런 연관이 없다고 여긴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양말을 신지 않는 습관은 그의 천재성과 아무 상관이 없을까.

 독일의 유명 저널리스트 크리스티안 안코비치는 아인슈타인의 천재성을 그의 사소한 습관과 행동에서 찾았다. 그의 천재성은 괴팍한 습성, 행동방식, 표정과 자세, 말할 때의 특이한 습관,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은 아닐까 하고 말이다.

 이 책은 우리의 몸이 우리의 생각, 인지, 학습능력과 판단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다루고 있다. 책에 따르면 우리가 사고할 때 신체는 가만히 있고 오로지 두뇌만 활동하는 것이 아니다. 평소 간과했던 사소한 움직임과 감정들이 우리의 사고를 결정짓는다는 것이다.

아홉 살 느낌 사전
박성우 / 창비 / 1만2천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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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 살 느낌 사전」은 어린이들이 실제 생활에서 자주 느끼는 감각을 구체적인 상황과 함께 소개한다. 촉각 표현인 ‘보송보송하다’는 햇볕에 잘 말린 이불을 걷는 모습, 세수를 하고 나서 얼굴을 만져 보는 모습, 털이 부숭부숭한 고양이를 만지는 모습으로 설명한다.

시각 표현인 ‘얼룩덜룩하다’는 갯벌 체험을 하고 난 상황, 자동차가 흙탕물을 튀기고 지나가서 새 옷이 지저분해진 상황, 동물도감에 나오는 뱀을 볼 때의 상황 등으로 나타낸다. 미각 표현인 ‘시다’는 레몬이나 살구, 매실을 먹었을 때의 모습과 함께 제시한다. 후각 표현 ‘향긋해’는 엄마 생일날 아빠가 꽃을 사 온 상황, 아빠랑 함께 냉이를 다듬는 상황, 이야기를 해 주다가 잠든 엄마의 냄새를 맡는 상황으로, 청각 표현인 ‘소란스럽다’는 쉬는 시간에 친구들이 떠드는 모습, 고모와 함께 축제 구경을 갔을 때의 상황, 사람이 많은 마트에 장보러 갔을 때의 상황으로 보여 준다.

또 ‘미끄럽다’, ‘날카롭다’, ‘짜다’, ‘시원하다’처럼 기본적인 표현부터 ‘찌릿하다’, ‘뽀얗다’, ‘촘촘하다’, ‘더부룩하다’처럼 좀 더 구체적인 표현까지 담겨 있다.

저자 박성우 시인은 어린이들이 생활에서 자주 느낄 법한 감각들을 따뜻하고 섬세한 문장으로 펼쳐 보인다. 그림을 맡은 김효은 화가는 어린이들의 느낌을 사랑스럽고 따뜻한 그림으로 펼쳐 보여 아이들이 감각 표현을 익히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조현경 기자 cho@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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