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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이다. 봄이 왔다. 3월은 또 다른 의미로 한 해의 시작을 알린다. 연두색 새싹이 돋고 분홍빛 꽃망울도 터진다. 새 학기의 시작은 언제나 시끌벅적 활기차고, 신입생의 얼굴엔 발그레한 설렘이 감돈다. 그렇게 3월은 양력이나 음력 설의 첫날과는 다른 의미로 새로운 시작을 알린다. 만물이 기지개를 켜며 도약을 준비하는 봄이 왔기에 오늘 소개하는 영화는 새로움과 도전이라는 키워드로 대표되는 작품을 선정했다.

 영화 ‘스타 이즈 본’은 익숙함을 발판으로 하여 변화구에 성공한 작품이라 하겠다.

 컨트리음악 아티스트 잭슨은 여전히 인기 있는 스타로 통하지만 전성기는 이미 지났다. 쉴 틈 없이 이어지는 콘서트 투어 동안 그를 버티게 하는 힘은 술이었다. 어느덧 통제가 불가능할 정도로 마셔대는 술 때문에 건강은 악화되고 있었다.

 그러던 중 그는 우연히 들어간 바에서 앨리의 노래를 듣게 된다. 취중이었지만 잭슨은 앨리의 재능을 확신한다. 그렇게 잭슨의 투어 무대에 게스트로 선 앨리는 자작곡인 ‘얕은 곳에서(shallow)’를 함께 부르고, 관객들은 그녀의 가능성을 알아본다. 유튜브 스타가 된 앨리는 이후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게 되고, 음악이라는 공감대 속에서 두 사람은 특별한 교감으로 결혼에 이른다.

 하지만 행복한 시간은 오래 지속되지 않았다. 잭슨의 알코올중독은 나날이 깊어졌고, 두 사람은 정반대의 행보를 걷게 된다. 가파른 상승곡선을 타는 앨리와 달리 잭슨은 아래로 아래로 추락해 간다.

 간략한 줄거리를 접하면 ‘스타 이즈 본’은 봄의 활기와는 한참 거리가 있어 보인다. 남성의 조력으로 성공하는 여성과 헌신 뒤 사그라지는 남성이라는 설정은 어딘지 신파의 느낌도 풍기며 새로울 것 없는 오래된 이야기의 패턴과도 닮았다. 그도 그럴 것이 사실 이 영화는 1937년 대중에게 처음 선보인 ‘스타탄생’을 리메이크한 작품이기 때문이다. 1954년과 1977년에도 영화화된 이 이야기는 2018년 다시 찾아왔음에도 해묵은 느낌 대신 강력한 흡인력으로 가슴을 울렸다.

 이 영화의 여운은 아름다운 도전에 있었다. 남녀 주인공인 브레들리 쿠퍼와 레이디 가가는 각각 영화배우와 팝의 아이콘으로 확실한 영역을 구축한 스타들이었지만 영화 ‘스타 이즈 본’을 통해 역할에 변화를 줬다. 브레들리 쿠퍼는 이 작품으로 감독 데뷔를 했다. 배우 출신 감독 답게 그는 인물의 표정이 담고 있는 감정에 힘을 실었고, 이는 극 중 잭슨과 앨리의 상호관계가 빚어내는 음악에 진심을 실어줬다.

 레이디 가가 또한 이 작품이 첫 주연 영화였음에도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의 강력한 후보로 거론될 만큼 뛰어난 연기력을 보여 줬다. 뿐만 아니라 작품의 음악 프로듀싱에 참여하며 몰입의 깊이를 더했다. 그 결과 두 사람이 보여 준 도전과 진정성은 작품 곳곳에 진한 여운을 남겼다.

 얕은 곳에서 그럭저럭 살아가기보다는 결과에 연연하지 않고 도전하는 자세가 3월과 어울린다. 도약하는 봄에 자신의 가능성을 믿고 잠재력의 깊이를 더해 보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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