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항만시설에 중고차 수출단지가 들어서는 것은 불가능하다. 한시적으로 언급된 인천항 4부두 야적장말고 다른 임시 부지가 마련돼야 한다. 관련 업계와의 협의도 없이 나온 정책인 만큼 현실성도 전혀 없는 방안이다." 중고차 수출업계의 주장이다.

업계는 중고차 정비와 수리, 컨테이너 선적 고정(쇼링) 등의 기본적인 작업공간을 갖추고, 글로벌 비지니스 활성화와 시스템을 갖춘 중고차 클러스터를 구축하는 정책을 이끌어 내는 것이 먼저라는 것이다.

현재 인천 송도유원지 중고차 수출단지는 38만여㎡ 규모다. 이곳에서 활동하는 업체 수는 1천 여개가 넘는다. 이들은 내년 7월 송도유원지 중고차 수출단지 부지가 도시계획시설(장기미집행시설)에 따라 일몰제가 적용돼 이전을 해야 할 처지다. 하지만 정작 마음이 급해 보이는 것은 인천 항만업계다. 송도 중고차 수출단지의 타 도시 유출을 막기 위해 최근 인천해양수산청과 IPA, 항만물류협회, 항운노조 등이 협의체까지 구성하기로 했다. 인천항 4부두 야적장 한시적 사용은 항만단체의 협의과정에서 나왔다. 19만8천㎡ 규모의 야적장을 임시로 중고차 수출단지로 조성한다는 내용이다. 아직 세부적인 사항 등 결정된 것은 없다.

하지만 협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엉성하기 짝이 없다. 보안시설인 내항에서의 비지니스 활동은 거의 불가하다. 사무실 용도로 컨테이너를 설치해야 하는데, 임시로 제공될 야적장의 규모는 기존 업체의 ⅓수준만 감당할 수 있을 뿐이다. 기본적인 중고차 정비·수리 작업 등의 공간도 없다. 송도유원지 중고차 물류단지의 경우 쇼링 작업장으로 한 업체 당 약 1천600∼3천300㎡ 규모의 터를 사용한다. 현재 중고차수출단지 내 쇼링 작업을 하는 업체는 약 20여 곳이 넘는다. 어림잡아도 약 3만∼6만㎡가 작업장 부지로 필요하다.

현실적으로 쇼링 작업은 내항에서 할 수 없다. 그렇다면 쇼링 작업장은 옥련동 중고차 수출단지에 그대로 둘 수밖에 없다. 혐오시설로 인식된 중고차 야적장만 늘리는 꼴이다.

박영화(52) ㈔한국중고자동차수출조합 대표는 "현재 송도 중고차 물류단지에서 급하게 나가야 될 경우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임시 부지로 이전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인천항 야적장 임시 부지는 현실성에서 너무 떨어지는 협의안이다"라며 "협의과정에서 중고차 수출업계의 의견도 당연히 반영해 임시 부지로 갔을 경우 운영체계와 시스템 등을 논의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궁극적으로도 중고차 수출 클러스터 조성을 위한 최적의 방안을 이끌어낼 수 없다"고 말했다.

송도 중고차 수출단지 A대표는 "최근 약 600∼700개 송도 중고차 수출단지 업체들의 공통된 의견은 평택·군산으로의 이전할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 글로벌 비지니스를 위한 중고차 수출단지 조성을 원하고 있다. 안정된 시스템과 체계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인천시나 항만업계에서 중고차 수출업계와 협의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라며 조급하게 만들어진 협의 방안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승훈 기자 hun@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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