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이 합의 없이 종료됐다. 정상들의 긍정적인 발언으로 잠시나마 회담 성과에 대해 기대가 고조된 건 사실이나, 결국 예정된 수순으로 마감했다. 두 사람 모두 양보에 익숙치 않은 성향을 갖고 있고, 실무진 간 사전 미팅도 막판까지 구체적인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다. 합의 준비도 안 된 상태에서, 자신이 취할 것만 중히 여기는 두 정상이 좋은 합의에 도달한다는 건 애초부터 불가능한 일이었을 수 있다. 회담장 밖 요인도 한몫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그의 변호사였던 마이클 코언이 하원 청문회에서 비리를 폭로하는 등 22개월간 진행된 특검 수사결과가 정점에 달하며 최악의 경우 탄핵까지 갈 수 있는 상황이 됐다.

 김정은 역시 대북제재 여파로 지난 2년간 실질GDP가 2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내부 경제가 한계에 봉착한 상황이라 빈손으로 돌아갈 수 없는 입장이었다. 이처럼 각자가 처한 절박한 상황이 스스로들을 큰 성과에 집착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었고, 이것이 자신들로 하여금 불리한 합의를 수용할 수 없게 하지 않았나 싶다. 물론 회담 결렬의 공식적인 원인은 북한이 ‘영변 핵시설 폐기에 대한 상응조치로 제재 완화를 요구’했고, 미국은 ‘과감한 비핵화 조치 없이 제재 완화는 없다’는 원칙을 고수하며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래도 희망적인 건 미국이 이번 회담에서 ‘완전하고 비가역적인 비핵화 없이 대북제재를 완화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명확히 한 점이다. 이로써 북한은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국제사회로 나올 것인지, 핵을 쥐고 파멸의 길로 갈 것인지 선택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 됐다. 이 부분에 대해선 그 어느 때보다 힘든 시기에 (우리를 대신해) 어려운 결정을 내린 동맹국 수장과 협상단에 감사를 표하는 게 도리일 듯싶다. 이제는 우리 정부도 북한이 ‘핵 무기·물질·시설을 유지하면서 제재 완화를 바라는 허황된 망상’에서 벗어나도록 도와야 한다. 회담이 결렬된 후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에는) 뛰지 않고 걸어야 하는 시점"이라 했고, 청와대는 "어느 때보다 의미 있는 진전을 이룬 것은 분명해 보인다"라고 언급했다. 요약하면 갈 길은 멀지만 방향만큼은 명확해진 의미 있는 만남이었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